"35세 의사가 4억 번대"…"그렇게 벌고 환자 내팽개치나"

김윤 교수 발언 후폭풍…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 명세서 공개

여론 악화에 의사 "4억 받으면 억울하지도 않지"


서울대 의대 교수가 한 TV 토론에 출연해 종합병원 봉직의(월급의사) 연봉이 최근 3억~4억까지 올랐다고 말한 것을 두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수술이나 입원이 취소된 데 따라 환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4억씩이나 받으면서 환자를 내팽개치고 밥그릇싸움을 하고 있다"며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반면 종합병원 의사들은 "4억 받으며 일하면 억울하지도 않다"며 발끈하고 있다.

정치 입문 전 의사로 일하던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의료 관련 키워드는 '35세 의사 연봉 4억'이라며 자신이 2018년 명지의료재단과 한양대학교에서 근무하며 받은 연봉의 원천징수 영수증을 공개했다.

신 의원은 "당시 나이 38세. 의사 면허를 따고 당시 13년차 의사이자 전문의로서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며 한양대 의과대학 전임 교수로 두 기관에서 합한 연봉을 공개한다"며 1억 원가량이 적힌 원천징수영수증을 올렸다.  

신 의원이 의사 시절 자신의 연봉까지 공개한 데는 지난 20일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김윤 교수가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2019년 연봉 2억 원 남짓하던 종합병원 봉직의 연봉이 최근 3억, 4억 원까지 올랐다"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윤 교수는 토론에서 "우리나라에서 의과대학 졸업해서 전공의 마치고 군대 갔다 와 35살 무렵이 된 전문의가 받는 연봉이 3억, 4억 원"이라며 "공부 잘해서 대기업 갔는데도 다른 과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1억 원밖에 못 벌면 당연히 누구나 의대 가고 싶어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전공의 공백에 뿔난 환자들의 원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미 35세 의사가 4억씩 버는데 대체 얼마를 줘야 만족하는 거냐. 여태 비정상이었던 걸 정상화하는 게 억울할 게 뭐가 있느냐"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도 "의사들 연봉 4억 깰까봐 암환자 수술 미루고 출산 임박한 임산부들 내팽개치며 협박하느냐"며 "의사면허 취소시키고 재교부 금지해서 연봉 4000만 원 만들어야 한다"며 열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 밀집지역의 모습. 2020.5.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 밀집지역의 모습. 2020.5.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 의사들은 발끈하고 있다. 빅5 병원에서도 35세 전문의가 4억 원을 받는 경우는 없으며 성형외과 개원의 등 소수의 경우를 두고 전체 의사들이 매도당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한 전임의는 "김윤 교수가 말한 연봉 3억~4억은 성형외과 개원 전문의들이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처럼 대학병원에 들어가면 실제로 세금 제외하고 나면 300만 원가량 받는다"며 "전공의 마치고 군대 다녀오고 전문의가 되면 대부분 40대 되는 사람들이 대학병원에 남아 필수의료를 하며 소송과 싸우고 박봉에 시달리느니 이참에 필수의료 안 하고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조교수급도 연봉이 1억8000만 원 정도인데 세금을 무지하게 떼다 보니 세금만 3000만~4000만 원 날아간다고 보면 그렇게 많이 받는 건 아니다. 의대 교수라고 해도 찍히는 금액은 그리 크지 않다"며 "수당도 이식외과의 경우 갑자기 이식이 나오면 수술을 해야 하는데 주말에 시간 상관없이 나오는 수당이 10만~20만 원 정도뿐"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조간 일간지 1면에 "교수님! 제자들이 왜 그러는지는 아십니까?"라는 문구를 넣은 광고를 게재해 김윤 교수를 비판했다. 의협은 광고를 통해 “정부에서 매년 5000여 명의 신규 의사를 배출해 의사를 죽이겠답니다, 급여와 비급여의 혼합진료를 금지해 개원가의 씨를 말리겠다고 합니다”며 “그래서 전공의들이 하루라도 빨리 자리 잡으려 수련을 그만두는 겁니다”라고 했다.

실제로 전문의 중 봉직의와 개원의 임금은 차이가 꽤 크다. 통계청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전체 의사의 연평균 임금은 2억3070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 중 전문의 연평균 임금은 2억3690만 원, 일반의는 1억4231만 원이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전문의 전체 연평균 임금인 2억3690만 원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높은 수준이다.

최근 유럽의 한 매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분석해 유럽 25개 국가의 일반의나 전문의 연봉을 분석한 결과 2020년 기준으로 당시 평균 환율을 적용했을 때 룩셈부르크가 25만8552유로(3억 4904만 원)로 전문의 연봉이 가장 많았다. 2위는 아일랜드 17만2882유로(2억3339만 원), 3위는 네덜란드 16만869유로(2억1717만 원)를 각각 받았다. 우리나라 전문의 연봉이 2위인 아일랜드보다 높다.

의사들의 임금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자 대학병원 의사들 사이에선 이렇게 떠난 바이탈(생명) 전공의들이 다시 병원에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필수의료과 교수는 "사실 돈을 봤다면 이 일은 못했을 것"이라며 "사명감으로 가족도 못 보며 환자들을 돌봐왔는데 국민들이 의사들을 이렇게 비난만 하니 마음이 많이 힘들다. 후배들이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증원이 문제가 아니라 이번 사태로 전공의들도, 교수들도 다들 마음을 많이 다쳤다"며 "안 그래도 메이저 과들은 수가 때문에 앞날이 어두운데 울고 싶은 애 뺨 때려준 격"이라고 말했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사실 돈 받는 것 가지고 '너희들 많이 받으니 비슷한 일 하고 있는 다른 직종에 비해 귀족이다' 이런 식으로 몰고 가면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전문가의 위치는 인정을 해주고, 대신 설득하며 퇴로를 열어 주는 게 맞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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