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엔 사표내고 환자 곁 지킨 전공의들…"이번엔 다를 듯"

"환자 눈에 밟혀"…4년 전 암암리에 환자 돌본 전공의 많아

빅5 병원 전공의 비율 39%…전공의 없으면 2주 뒤 병원 '마비'


빅5 병원 전공의들이 20일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의료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빅5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 중 전공의는 약 39%에 달해 이들이 업무에서 손을 놓을 경우 그야말로 최악의 의료 대란이 불가피하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선 2020년 당시 파업을 선언하고서도 음지에서 업무를 이어갔던 전공의들을 예로 들며 이번에도 전공의들이 현장 이탈은 많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하지만 증원 수가 2020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데다 정부 또한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이번만큼은 전공의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다음날(19일)까지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근무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병원들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직서 제출 기한이 다가오면서 사직서를 내는 전공의들도 줄잇는 모양새다.

2년째 전공의를 한 명도 받지 못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의 4년차 전공의이자 의국장인 A씨는 전날(17일)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소청과 의료 붕괴를 큰 병원 중 가장 먼저 경험하고 있으나 소청과가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과이므로 병원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아 입원전담의를 구하기도 어렵고 정부의 지원 역시 없어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며 "이제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피부미용 일반의를 하며 살아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반 전공의가 아닌 의국장이 사직을 한 데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의국장은 전공의들의 업무를 배정하고 환자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교수에게 보고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사직서도 가장 먼저 의국장에게 제출하고 결재를 받아야 한다. 전공의들을 달래고 관리하는 수장이 병원을 떠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날 경우 병원은 채 2주를 버티기 힘들다는 점이다. 교수의 지도 아래 진료를 보는 일, 처치에 따라 환자의 상태를 계속 체크하고 교수의 진료와 수술을 보조하는 일 등을 도맡는 전공의들의 업무 특성상 이들이 의료 업무 일선에서 손을 떼게 된다면 병원은 그야말로 마비가 된다. 의료계에서도 전공의 없이 병원급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10일~2주로 보고 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이에 병원 내부에서도 전공의들 이탈에 따른 대비 방안을 하나둘 마련하고 있는 모양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지난 16일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는 내용을 내부에 공지했고, 삼성서울병원도 16일부터 일부 과에서 18~21일 입원 예정환자들을 대상으로 일정 연기 연락을 취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1일 수술 건수는 200여 건인데 16일까지 약 10% 정도 수술 환자에 연락을 돌렸다.

또 다른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각 과별로 하나둘 사직서를 내는 전공의들이 생기고 있다고 들었다"며 "아직 공지가 따로 된 것은 아니지만 전공의가 빠지면 교수들이 다 감당을 할 수 없고 오히려 환자들이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 때문에 중증·응급을 제외하고는 일단 입원 환자를 줄여 나갈 계획들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경고한 대로 전원이 빠질 경우 입원이나 수술 등을 전면적으로 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선언한 20일에 실제로 참여도나 추이를 보고 결정하겠지만 비상 수술, 비상 진료, 외래 진료 축소 운영, 당직 전문의 당직 체제 등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2020년에도 병원 안 나온고 해놓고 와서 진료 보고 환자 상태 보고 가고 복귀하기도 하고 했다"며 "일단 20일 이후에 정확한 윤곽이 드러날 것 같은데 상황을 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실제로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전공의들에게 휴대전화를 끄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행동 지침을 안내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의료 현장에 나타나 환자들을 돌보는 전공의들도 상당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당시 대부분의 병원에서 전공의도 교수도 안 나온다고 해놓고 환자가 눈에 밟힌다며 나와서 환자 돌보고 진료도 보고 했다"며 "우리 전공의들도 빅5 병원과 호흡을 맞출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전공의들의 결의가 남다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붙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전공의들이 세게 나가고 있는 게 사실이고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19일이 돼봐야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는 "MZ세대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20일에 윤곽이 잡힐 것 같다"면서도 "정부에서 워낙 강력하게 나오다 보니 이에 대한 반발 심리가 더욱 커지고 있어 이번엔 의료 공백이 실제로 좀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필수의료과 교수는 "전공의들이 떠나면 교수나 전문의들이 일단 그 자리를 메워야 하는데 짧게는 어떻게 해보겠지만 길어지면 우리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느냐"며 "전공의들의 분노도 상당하고 지금 교수들도 정부 정책에 반감이 많아 '이럴 바엔 우리도 개원이나 하자'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어 여러모로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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