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아들 홀로 간병" 관리 사각지대서 또 '간병살인' 비극

'치매' 80대 父 방에, '간병' 50대 子 화단에…숨진채 발견

"치매환자 현황 파악, 병원-보건소 자동연계 안돼…지원 사각지대 존재"


치매를 앓던 아버지와 그를 돌봐온 아들이 같은 날 숨진 채 발견됐다. '관리 사각지대' 간병살인 비극이 다시 발생했다.

17일 대구 달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8분쯤 달서구 월성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5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 남성이 아파트 15층 자신의 주거지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주거지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A씨의 부친인 80대 B씨가 방 안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이들은 해당 아파트에서 함께 사는 부자지간이며, 치매를 앓고 있던 B씨를 A씨가 간병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B씨를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어머니는 오래 전 돌아가시고, A씨가 약 15년 전부터 치매에 걸린 아버지 B씨를 홀로 간병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확한 경위는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아버지와 함께 묻히고 싶다"는 A씨가 쓴 유서 형식의 짧은 메모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숨진 B씨가 치매와 관련된 국가와 지자체 등의 지원을 제대로 받았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문의에 관할 보건소 측은 말을 아꼈다.

달서구보건소 건강증진과 치매관리팀 관계자는 "치매 진단을 받으신 주민들 대상으로 서비스 지원 등 혜택이 여럿 있는데, 병원에서 자동으로 (보건소와) 연계되는게 아니라서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관련 서류를 본인이나 가족이 직접 보건소에 가져와 등록하면 약값이나 기저귀값, 배회 인식표 등이 치매 환자에게 지원된다"며 "돌아가신 분이 지원을 받았는지 여부는 개인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달서구 관계자는 "B씨 건강보험공단에서 심사하는 장기요양등급을 판정 받은 이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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