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해병 수사단장 "군인으로서 '중립' 지키며 명예 되찾겠다"

'정치인이 하는 행태' 비난에 "지금도 앞으로도 군인일 뿐"

 

고(故) 채모 상병 사망사고 처리과정에서 국방부 당국자의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오로지 군인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내 명예를 되찾을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박 대령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최근 자신의 행보를 두고 여권 일각으로부터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대해 "난 시작도 그랬고, 지금도 앞으로도 군인일 뿐"이라며 이같이 반박했다.


박 대령은 "난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충성·정의·의리밖에 모르는 바보 군인'"이라며 "정치, 여야, 정무적 판단은 잘 모르며 앞으로도 알고 싶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대령은 해군사관후보생(OCS) 제90기·해병대사관 제81기로 1996년 임관했으며, 해병대 헌병단 작전과장과 해병대 제1사단 헌병대장 등을 거쳤다.


박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채 상병 사고 관련 조사를 담당했으나, 현재는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돼 '항명'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된 상태다.


박 대령이 지난달 30일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대면 보고한 뒤 이달 2일 민간 경찰에 관련 서류를 인계하는 과정에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보류' 지시를 받았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반면 박 대령은 이 장관 보고 뒤 채 상병 사고 조사 기록을 경찰에 보낼 때까지 그 '보류'를 명시적으로 지시받은 적 없고, 오히려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경찰에 인계할 기록에서 죄명·혐의자명을 빼라'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만 혐의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등의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병대 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조사 보고서엔 '임성근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관할 경찰에 이관할 예정'이란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권에선 박 대령이 '불공정 수사 가능성'을 이유로 국방부 검찰단의 조사에 불응하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자 "정치인들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박 대령은 이날 입장문에서 "채 상병 죽음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추측이 난무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떤 정치적 성향·의도와 무관하다는 점"이라며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채 상병 사건이 조기에 적법하게 처리되길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령은 채 상병 사망사고 발생 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경찰에 의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프고 유가족에게 죄송한 심경을 감출 수 없다"며 "직·간접적으로 (채 상병) 죽음에 대해 과실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여러 이유로 정상적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는 현 상황에 대해 그 누군가에겐 책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이 마무리되면 군인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남은 군 생활을 조용히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며 "현 사태와 관련해 내 본심이 왜곡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해병대사령부는 박 대령이 지난 11일 군 당국의 사전 승인 없이 언론 인터뷰를 진행,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 및 '국방홍보훈령' 규정을 위반한 데 대해 이달 18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가장 낮은 가벼운 수준의 징계인 '견책'(비행을 규명하여 앞으로 비행을 저지르지 아니하도록 훈계하는 것)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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