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순국 103년 만에 부인과 '해후'

보훈부, 서울현충원에 부부 합장묘 조성하기로

다음주 순국 추정지 흙 반입 및 부인 유해 봉환

 

독립운동가 고(故) 최재형 선생과 부인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 여사 부부의 합장묘가 최 선생 순국 103년 만에 국립서울현충원에 조성된다.


국가보훈부는 1일 "최재형기념사업회와 함께 최 선생 순국 장소로 추정되는 러시아 우수리스크 소재 '최재형 선생 기념관'(옛 최재형 선생 고택) 뒤편 언덕에서 채취한 흙을 오는 11일 국내로 반입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앞서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공동묘지에 안장돼 있던 부인 최 여사의 유해 또한 이달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봉환될 예정이다.


최 선생의 묘는 당초 1970년 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108번 자리에 조성됐었지만, 1990년 한러 수교 이후 최 선생 유족이 고국을 방문하면서 그전까지 최 선생 후손을 자처했던 이들이 유족연금을 노린 '가짜 후손'이었던 사실이 드러난 뒤 멸실돼 현재는 비어 있는 상태다.


최 선생 유족 측은 이후 멸실된 묘의 복원을 희망해왔으나, 최 선생이 1920년 4월 우수리스크 현지에서 일본군에 붙잡혀 순국한 뒤 그 유해를 찾지 못해 유골·시신을 안장하도록 당시 '국립묘지법' 규정에 따라 묘를 복원할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보훈부는 유골·시신이 없는 순국선열의 위패와 배우자 유골을 묘에 합장할 수 있도록 '국립묘지법'을 추진했고, 이 같은 내용의 개정 법률은 국회 본회의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달 18일 시행돼 최 선생 부부의 묘를 조성할 수 있게 됐다.


최 선생 부부의 현충원 합장식은 제78주년 광복절(8월15일)을 하루 앞둔 이달 14일 '백년만의 해후, 꿈에 그리던 조국 대한민국'을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이달 12~13일 이틀간은 서울현충원 현충관에 최 선생에 대한 국민추모공간이 마련된다.


9세 때 부모를 따라 시베리아 연해주로 이주한 최 선생은 생전에 사업가로 자수성가해 축적한  부(富)를 조국 독립과 수십만 시베리아 이주 동포들을 위해 썼다. 최 선생은 1904~5년 러일전쟁 뒤엔 '동의회'(同義會)를 조직해 항일 의병투쟁을 폈고,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도 지원했다.


최 선생은 당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우리 동포 신문 '대동공보'(大東共報)가 재정난으로 폐간하자 이를 인수·재창간해 애국심을 고취하는 기사를 실었고,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재무총장으로도 활동하는 등 '시베리아 동포의 대은인(大恩人)'으로 추앙 받았다.

  

또 부인 최 여사는 1897년쯤 최 선생과 결혼한 이후 8명의 자녀를 두고 최 선생의 독립운동을 내조했다고 한다. 최 여사는 안 의사 순국 뒤엔 그의 남은 가족들을 보살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최 여사는 최 선생 순국 뒤엔 자녀들과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다 1952년 숨을 거뒀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이번 최 선생 부부 합장묘 조성에 대해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유해마저 찾을 수 없었던 순국선열을 단 한 분도 소홀함 없이 예우하는 '일류보훈'을 실현하는 첫걸음으로 생각하고 앞으로도 순국선열을 예우하는 데 모든 정성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 선생의 공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