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울린 55만 주식 유튜버…58억 벌었지만 무죄 주장 이유는?

'슈퍼개미' 김모씨 "주식 보유·매도 사실 알렸다…범죄 성립 안돼"

금감원 조사관 "해당 내용 극히 일부…피해자 주식 장기보유 유도"

 

"6만원, 7만원 가도 문제없는 회사예요. 바로 이런 종목에 투자해야 합니다."

"매도할 때가 아닙니다. 4만원 이상까지 봐도 됩니다."


'슈퍼개미'로 불리며 인기를 끈 주식 유튜버 김모씨(54)가 자본시장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정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우량 종목으로 추천해 주가가 오르면 팔아치워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의 주식 보유나 매도 사실을 방송 중 알렸다는 입장이어서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있다.


◇"주식 팔 때마다 얘기했다" vs "극히 일부 멘트에 불과"


"(주식을) 살 때마다 얘기했고, 팔 때마다 팔았다는 얘기를 했다. (피고인의 주식) 보유 사실을 모르고 사라고 추천해서 피해를 입었다 그러면 범죄가 성립되지만 그렇지 않다."


김씨는 지난 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정도성) 심리로 열린 세 번째 공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약 55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김씨는 지난해 6월까지 KG케미칼 등 5개 종목의 매매를 추천하며 선행 매매해 약 5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특히 김씨는 차액결제거래(CFD)를 이용한 선행매매로 외국계 투자자에 의한 거래로 위장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날 김씨는 정장에 넥타이 차림으로 변호인 3명을 대동해 출석했다. 김씨 측은 약 30분간 유튜브 방송 영상을 재생하며 방송 중 김씨가 말한 가치 투자, 주식 보유 사실 공개 등의 언급을 강조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금융감독원 조사관인 강모씨는 이 같은 김씨 측 주장에 전체 영상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강씨는 "저런 멘트는 전체 0.1% 정도라고 하면 나머지 시간대는 전혀 다른 류의 멘트가 주를 이뤘다"며 "저런 멘트가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주식을) 장기 보유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가) 5개 종목에 대해 매일 상당 시간을 할애해 계속 긍정적으로 언급한다"며 "저 유튜브 방송을 보면 수만, 수십만 명이 매일 세뇌되는 느낌으로 한번 사면 믿고 끌고 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씨가 주장한 일부 멘트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특히 강씨는 "매매만 하든가 매매 말고 유튜브 강의만 하든가 둘 중 하나만 했었어야 한다"며 "유사 투자자문업자들, 주식 전문가들은 본인 또는 차명 계좌로 매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 측과 증인의 공방은 재판 내내 반복됐다.


◇주식 유튜버가 종목 추천하면서 거래하면 법 위반?


재판부는 "영향력 있는 유튜버가 특정 종목의 주식 매수를 추천하면서 본인이 주식 거래를 하는 게 자본시장법 위반이 되는지가 쟁점"이라고 밝혔다. 또 △주식 매도 및 보유 사실 공표와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관계 △피고인의 방송 행위와 실제 주가 상승 간 인과관계 △부당이득 액수 등을 추가 쟁점으로 제시했다.


자본시장법 제178조(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1항에 따르면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및 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중요사항 거짓 기재·표시 혹은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표시가 누락된 문서, 그 밖의 기재·표시를 사용해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 등을 해선 안 된다.


또 2항에 따라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거래나 시세 변동을 목적으로 풍문의 유포, 위계의 사용, 폭행·협박을 해선 안 된다.


김씨의 행위는 유명 유튜버라는 '위계'를 사용해 '부정한 수단'으로 주식 매매 및 거래를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서울회생법원 판사 출신인 이정엽 법무법인 LKB 대표변호사는 "(김씨 행위는) 자본시장법상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위반이 될 수 있다"며 "명성을 이용해 (특정 종목을) 선취매하고 좋다고 하는 경우,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 안 하고 팔아 치우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가 자신의 주식 보유나 매도 사실을 밝힌 것으로 인정될 경우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자기가 (특정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좋다고 SNS로 얘기하는 것까진 막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씨 측이 주식 보유나 매도 사실을 방송 중 알렸다고 집요하게 주장하는 이유다.


김씨 측은 8월28일로 예정된 다음 재판에서 일반인과 증권사 전문가 등을 증인으로 내세워 자신의 유튜브 방송의 정당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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