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수법 "주가조작으로 포장한 폰지사기"…100억대 빚더미 가족도

 

집단소송 대리 한상준 변호사 "애초 돈 벌기 힘든 구조"
"갑작스러운 폭락, 공매도 수익 극대화 목적 추정"

 

"라덕연과 '한배를 탔다'거나 '걸리지 않을 통정매매'와 같은 대화를 나눈 분들은 처벌받아야죠. 그런데 명확하게 피해자인 분들도 계시니까요."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대표 변호사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투자자문업체 라덕연 대표(42)에 대한 형사고소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한 변호사는 "형사고소 목적은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절차"라며 "사기나 배임의 피해자로서 인정받지 못하면 향후 환부절차에서도 신청을 할 수가 없다. 피해자를 혈세로 구제해달라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투자자는 놀아나…수익 불가능 구조" 


한 변호사 소속 법무법인 대건은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를 대리해 집단소송을 가장 먼저 추진했다. 그가 투자 피해자 수백 명을 직간접적으로 만나며 결론 내린 이번 사태는 '주가조작으로 잘 포장된 폰지사기'였다.

폰지사기란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나눠주는 다단계 금융사기다. 한 변호사는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피해자들이 정말 놀아났다는 생각이 든다"며 "연예인이나 정·재계 인사를 이용해 긴 시간 투자자들을 모았던, 일반적인 다단계 양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약 3년 전부터 조직적 주가조작을 기획해 온 것으로 추정되는 라 대표 일당은 "저평가된 우량주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볼 수 있다", "의사, 사회 상류층도 투자를 맡겨 큰 수익을 봤다"며 투자자들을 꾀어냈다.

이들은 주식거래 수익의 절반만 수수료로 받고, 남은 절반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재투자하라는 제안을 하면서 자본 유출을 막고 투자 규모를 불려온 것으로 파악됐다.

한 변호사는 "애초에 돈을 벌어 가져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며 "지난 3월부터 '투자하지 않을 테니 계정을 다시 돌려달라'고 했지만 돌려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결국에는 돌려줄 생각 자체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모인 투자금은 투자자 동의 없이 개설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통해 최대 2.5배의 레버리지(부채를 끌어와 자산을 매입하는 투자)를 일으키는 데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투자금 5억원이 자신도 모르게 50억 손실로 순식간에 둔갑한 경우가 이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한 변호사는 "주식 계정을 넘기는 순간부터 투자금은 시드머니의 연료로 사용된 것"이라며 "한 가정은 어머니의 피해금액이 100억원, 자녀도 각각 10억원대 빚을 져 온 가족이 빚더미에 앉게 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투자자 모집과 수수료 편취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의 한 실내골프연습장의 모습. 2023.4.2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 예고된 주가폭락…"공매도 수익 극대화 목적" 

한 변호사 전문분야는 유사수신, 암호화폐와 재테크 사기 사건이다. 이번 사태 역시 초기 언론 보도와 피해자 설명을 듣자마자 폰지사기임을 직감했다고 했다.

그는 "'투자자들의 수익을 받았을 뿐, 주가조작을 하지는 않았다'는 라덕연의 프레임은 우선 성공했다"며 "주식을 직접 저점에서 매입 후 고점에서 팔았다면 100% 주가조작이지만 기가 막힌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왜 이렇게 갑작스러운 폭락사태가 촉발됐을지 생각해 보면 공매도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추정할 수 없다"며 "지금도 주가조작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는데 실제로 공매도 판을 만든 조직들은 가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미리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되사는 매매 전략이다.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에 베팅해 수익을 내는 셈이다. 이번 주가폭락 사태 직전 공매도 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배경으로 주가조작 세력 등이 폭락장 내 수익을 노렸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변호사는 "공매도 과정에서 라덕연이 누군가의 배신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피해자라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공매도 자금을 추적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라덕연이 마치 일부러 보라는 듯 자금을 은닉한 법인, 골프장을 구매한 정황과 자신의 손실을 밝히는 것은 수상하다"며 "이곳에 관심을 두는 동안 현금 등으로 받은 수익을 은닉하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한 변호사는 서울남부지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합동수사팀 수사 과정에 범죄 수익 몰수 또는 피해자 구제를 위해 자금 흐름 추적이 급선무라고 봤다. 이번 사태를 통해 고위험 파생 상품 CFD 계좌 개설과 관리 부실을 드러낸 금융증권사 역시 문제를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도 평가했다.

그는 "이번 폰지사기를 밝혀야 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주가 조작 혐의로는 형량이 약 7~8년으로 충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폰지사기가 인정될 경우 형량이 25년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건은 지난 4일 주가 폭락에 따른 CFD 채권추심을 3개월 유예하고 해당 기간 이자를 일시 면제해달라는 구제방안을 13개 증권사에 권고해달라는 취지로 금융위에 진정을 냈다.

한 변호사는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안 좋은 생각을 하시는 분이 계실까 걱정"이라며 "시간이 지나 회생절차를 거친다면 몇 년 안에 빚도 모두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건은 9일 오후 투자 피해자 약 60명을 대리해 검찰에 1차 형사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추가 진행할 2차 고소를 포함해 전체 소송에 참여할 피해자 수는 약 200명, 총피해 액수는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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