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삶 흔든 '전세사기'…"전세대출 보완, 보증금 캡 필요" [전세사기해법은]

무분별한 ‘전세대출’ 사기피해 양산…“소득 맞춰 제한해야”
전국 곳곳 번지는 전세사기 피해에…전세폐지론까지 솔솔

 

전세사기가 전국 곳곳을 뒤흔들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를 시작으로 화성시 동탄, 서울 은평구, 부산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피해신고 접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대학생과 신혼부부 등이 대다수였고 피해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전세사기를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사태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일각에서는 한시특별법 외에도 전세사기를 근본적으로 근절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거래경험 적은 초년생…전세사기 수렁 빠져

피해자들이 사기를 당한 이유는 간단하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이 80%를 넘는 깡통전세에 대한 구조적 특징을 몰라 덥석 계약했고 사기행각을 걸러내지 못했다. 다만 지금이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처럼 호황기였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값과 전셋값이 급락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갭투자자들은 자기자본도 부족한데다, 집을 팔아도 임대로 내줘도 이전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문제가 더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전셋값이 크게 올랐던 시기에 계약했던 매물들의 만기 시점이 도래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연구원은 '전세 레버리지 리스크 추정과 정책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주택가격이 20% 하락하면 갭투자 주택 40%에서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셋값이 급등했던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 시기 빌라 등을 수십, 수백채를 사들이는 이들이 많았다"며 "이전과 달리 지금처럼 집값과 전셋값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집을 팔아도 다음 임차인을 구해도 이전 세입자의 보증금을 맞춰주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21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23.4.21/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우선매수권 등 대책 쏟아낸 정부…근절엔 '역부족' 지적도

정부도 손을 놓고만 있진 않다. 지난달에는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자 구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별법은 공포 후 즉시 시행되며, 시행 후 2년간 유효하다.

요건만 충족하면 전세 피해자에게는 우선매수권이 부여된다. 우선매수권으로 거주 주택을 매입하거나 경락을 원하지 않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권리를 넘긴 뒤 공공임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긴급자금 및 복지지원도 받게 된다. 경‧공매 낙찰 시 금융‧세제 지원도 제공한다. 

이보다 앞서선 근절 대책도 마련했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심사 시 확정일자 확인 후 대출을 진행하는 사업을 확대(4월)하고, 중개사 범용 계약서에 대항력 확보 전에 근저당 설정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특약도 반영하기로 했다.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에 연루되면 퇴출한다.

지난 1일부터는 전셋값이 매매가의 90% 아래인 주택에 사는 세입자만 전세보증금반환보증(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전세가율이 높은 깡통전세도 보증보험이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됐던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근절을 위해선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전세사기 근절방안들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세금체납 등을 계약여부와는 무관하게 언제든 누구나 집주인 동의 없이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금보다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 육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런 사건이 벌어지기 전 공공임대주택·기업형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도 필요하다"며 "충분한 공급을 통한 주거안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설명도 있다. 소득 수준을 고려하지 않았던 무분별한 전세자금대출이 지금의 사태를 키운 만큼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처럼 전세보증금도 집값의 일정 부분만 받을 수 있도록 캡(상한선)을 두는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전세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대출 받는 대출의 일종이니까 매매가 대비 70% 까지만 보증금을 받도록 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며 "나머지 부분은 월세로 받도록 하면 갭투자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선순위가 있는 주택은 전세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집값의 일정 부분만 보증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캡을 씌우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18일 인천 주안역 남부광장 분수대로에서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4.18/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고개 든 '전세 폐지론'…극단적 처방 반대 의견도

전세제도 폐지론도 고개를 든다. 전세제도가 지속되는 한 언제든지 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월세로의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도 일리는 있다. 월세가 일반적인 외국과 달리 국내에만 존재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변동성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번 'ㅇㅇ왕' 전세사기 사건도 이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 무리하게 집을 수십, 수백채를 사들였으나 기대와 달리 집값이 하락하며 전셋값 역시 덩달아 떨어지자 보증금 돌려막기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전세 폐지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임대에서 매매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대안 없는 폐지는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민들의 주거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사안 중 하나다.

고준석 대표는 "전세가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고, 민법 상 전세권이라는 물권제도가 있는 만큼 폐지가 불가능하기도 하고 할 필요도 없다"고 역설했다.

김진유 교수는 "전세제도 재차가 문제는 아니다"라며 "전세는 목돈은 있는데 월소득이 별로 없는 노인, 월세는 부담스럽지만 목돈을 갖고 2년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전세가 없어지면 보증부 월세도 없어진다. 전세가 있기 때문에 보증부 월세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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