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 각서 쓴 아들의 변심…'아파트값' 소송 낸 아버지

"아들이 4억7800만원 돌려줘야"…법원, 아버지 손들어

"계약날짜·당사자이름·사인 등 있어야 계약서 법적효력"


#아버지와 큰아들은 평소에도 자주 다퉜다. 아버지는 큰아들이 자영업자로 성공하길 기대하면서 자신의 건물에 식당을 차려줬다. 하지만 큰아들 부부는 일을 하다가도 "너무 힘들다"며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그 때마다 아버지는 큰소리로 꾸짖었고 그로 인해 부자 사이가 점점 멀어졌다. 그러던 어느날 참다못한 아버지가 "족보에서 파 버리겠으니 더 이상 연락도 하지 말고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마라"고 화를 냈고 큰아들도 연락을 끊었다.

그렇게 멀어진 두 사람은 4년만에 왕래를 재개했다. 어머니의 노력 덕분이었다. 아들은 식당에 나와 열심히 일한다고 했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에게 서울 아파트를 마련해주기로 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3억6900만원을 송금해주고 1억900만원짜리 수표를 건넸다. 

그러면서도 아들에게 '효도각서'를 제안했다.

큰아들은 결국 '자식으로서 기본적인 의무를 하며 부모를 충실히 부양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지키지 아니하며 효도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다고 판단시 원고에게 반환하고 이에 대해 어떠한 이의나 청구도 제기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다. 

하지만 큰아들은 다시 "식당 일을 못하겠다"며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격분한 아버지는 아들을 상대로 법원에 '증여금 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아버지의 손을 들어줬다. 2018년 법원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4억78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부모와 자식 관계를 단절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면 1년에 몇 차례라도 부모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 자식의 기본 의무라고 판시했다. 

민법 554조에 따르면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을 상대에게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해야 효력이 생긴다.

하지만 부자의 사례에서 보듯 '효도계약'은 증여자인 아버지가 아들이 부양의 의무를 다하는 것을 조건으로 재산을 증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부(조건부) 증여'에 해당한다.

이는 증여를 받은 사람이 계약에서 정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 보통의 증여와 달리 받은 재산을 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민법 556조에 따르면 △증여를 받은 사람이 증여를 한 사람 또는 그 배우자 혹은 직계혈족에게 범죄행위를 할 때 △증여를 받은 사람이 부양의무가 있는 경우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5년 아버지에게서 경제적 지원을 받고 효도계약서를 쓴 자녀들이 몇년 후 어머니의 간병을 회피하는 등 부양의 의무를 다 하지 않은 사건에서 "아버지에게서 증여받은 재산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통상 효도계약서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고 자녀가 부양, 정기적 방문, 전화연락, 병간호, 생활비 제공, 제사 등 효도의무를 부담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증여재산의 목록과 금액, 계약해제 요건, 재산 처분의 시기 등을 추가할 수 있다.

다만 효도계약서가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계약 날짜, 계약 당사자의 이름, 사인이나 도장 날인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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