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다주택' 임대사업자 시한폭탄 터진다…연쇄 도산 위기

"로또 당첨돼도 보증금 반환 어렵다" 푸념도 

 

# 임대사업자 김모씨는 다음달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서울 강서구 한 쓰리룸 빌라의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난감하다. 기존 전세금이 3억4500만원이었는데 공시가격이 하락했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 강화에, 전세가를 8000만원 가까이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공시가격이 4년간 300만원밖에 안올랐는데, 올해 공시가격이 한번에 2700만원이 내려 강제 역전세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 임대사업자 A씨는 서울 노원구 한 빌라 계약으로 골치가 아프다. 지난해 공시지가가 2억1100만원이라 최대 3억1650만원까지 전세를 내놓을 수 있었는데, HUG 가입기준 강화를 적용하면 2억6586만원까지 밖에 전세를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시지가까지 하락한다면 내놓을 수 있는 전세가는 2억 초반대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A씨는 새 계약을 위해서 1억원 가까이 현금을 마련해두는 수밖에 없다.

전국 곳곳에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무자본 갭투자 등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수십만명에 달하는 '다주택 임대사업자'의 매물이 시한폭탄으로 부상하고 있다.

많게는 수십채를 가지고 있는 다주택 임대사업자 특성상, 곧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매물의 보증금 반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매물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연쇄 도산 가능성이 제기된다.

26일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수도권 빌라의 경우 전년 대비 평균 약 6% 하락했다.

공시가격 하락은 당장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기준에 영향을 준다.

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기준은 기존에는 공시가격 150%였는데, 이를 140%로 강화하고, 전세가율도 100%에서 90%로 강화한다. 이는 오는 5월부터 바로 적용된다.

결국 임차인들이 반환보증에 가입하려면 공시가격의 126%(140%의 90%)가 보증보험 가입 기준 금액이 되는 것이다. 임대인들의 가입 조건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임차인들의 반환보증 가입 기준이 강화돼 임대인들도 결국 임차인들의 기준에 맞게 전세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전세계약이 150%에 설정돼 있다면, 추후 가입기준 강화에 따라 전세금을 150%에서 126%로 낮춰야 한다.

30채를 소유하고 있는 다주택 임대사업자 B씨는 내려간 공시가격을 확인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B씨는 뉴스1에 "한채당 수천만원씩 전세금을 내려야 해, 무서워서 공시가격이 내려간 것을 확인조차 못하고 있다"며 "임대사업자들 사이에선 로또에 당첨돼도 이 상황을 막지 못한다는 말도 나온다. 5000만원씩만 내려도 30채면 15억을 당장 현금으로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70대 C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C씨는 총 9채의 다세대 물건으로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미 한채가 계약이 되지 않아 공실이고 오는 6월, 8월 두채가 만기가 돌아온다. 다행히 공시가격은 크게 내리지 않았지만, 9채 모두를 합하면 보증금 반환용 대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주택 임대사업자 김씨의 경우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 빌라를 3억원에 전세를 내놨는데, 공시가가 2억900만원에서 1억9400만원으로 내려가 강화된 반환보증보험 기준에 맞추려면 최대 2억4444만원에 전세를 다시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5556만원 만큼 이른바 '역전세'가 발생하는 것이다.

구로구 또 다른 주택의 경우 전세가가 2억3000만원인데, 공시가격이 기존 1억5400만원에서 1억4500만원으로 내려가 추후 전세금은 1억8270만원에 맞춰야 한다. 이 물건도 약 5000만원 역전세가 발생한다.

김씨처럼 당장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당장 큰 걱정은 덜 수 있다. 다만, 수천만원대 목돈을 당장 마련하기 어려운 다른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의 경우 추후 보증금 반환에 큰 어려움을 있을 수 있다.

보증금 반환용 대출을 받으려 해도 사실상 막혀 있는 상태다.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임차보증금 반환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DSR 규제가 여전히 살아 있어 추가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 사업자대출 역시 RTI가 적용 사실상 보증금 반환목적으로 한 대출이 쉽지 않다.

임대사업자를 말소하려 해도 과태료가 건당 최대 3000만원 부과되기에 말소도 쉽지 않다. 30채를 가졌다면 과태료만 9억원에 달한다. 그간 임대사업자로 받은 혜택까지 모두 토해내야 해 필요한 금액은 더 커진다.

이 사이 '빌라왕' '건축왕' 등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 동탄, 구리,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전세 사기 의심 사례가 속출해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못하다. 선량한 다주택 임대사업자의 경우 이른바 깡통전세,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꾼들과 달리 보증금 반환을 위한 퇴로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 임대사업자들의 주장이다.

공시가격 하락과 HUG 가입 기준이 강화되는 다음달부터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이 쏟아내는 물량을 감안하면, 보증금 미반환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앞서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는 공시가격이 10% 하락할 경우 오는 하반기 만기 빌라 전세계약의 71%가 동일한 전세금으로 전세보증 가입이 불가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실제 공시가격은 6% 하락해, 대부분의 전세계약이 기존 보증금을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 강서구에서 부채비율이 80% 이상인 보증세대수는 79.2%에 달한다. 금천구도 이 비율이 84.8%에 달할 정도로 많다.

'전세 사기' 여파로 임차인들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월세로 옮겨갈 경우, 월세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서민 주거 부담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과태료 3000만원씩 부과돼 사업자 말소도 불가하고, 대출도 사실상 틀어막혀 있다"며 "전세보증금 반환 요건은 강화해 기존 보증금 반환은 더 힘들게 막아 놓는 3박자가 비아파트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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