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한 사람만 억울?"…중간고사 돌입한 대학가 챗GPT '골머리'

 

'비판적 사고 결여 vs 잘 활용하면 문제 없어'…엇갈린 평가
일부 대학은 가이드라인 만들어

 

"시험이나 과제에 GPT를 써서 하면 도대체 공부 열심히 한 사람들은 뭐가 되나. 부끄러운 줄 알고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정도 문제도 못 풀 거면 받아들이고 재수강 각을 보든지 해라"(서울 모 대학교 학생)

"GPT를 과제에 쓰니까 신세계네요. 이제 이 정도면 명문대생을 대체하고 일자리의 99%를 점령할 날도 얼마 안 남은 거 같습니다"(서울 모 대학교 학생)

"저는 학생들에게 GPT를 활용하라고 권장합니다. 다만 맹신하지 말고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논문과 같이 논리와 창의성이 요구되는 시험 등에서는 GPT를 활용하더라도 항상 한 번 더 직접 확인해 보라고 말합니다"(수도권 모 대학 교수)

중간고사에 돌입한 대학가에서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질문에 답을 해주는 챗GPT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챗GPT를 활용해 리포트를 작성하거나 시험에 활용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챗GPT활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하고, 교수들에게도 챗GPT 활용시 자체 기준을 만들으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대학가에선 챗GPT 활용을 두고 비판적인 시선과 긍정적인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챗GPT 의존 현상 많아…비판적 사고 결여 우려

서울의 한 대학교 4학년 황모씨(24·남)는 요즘 대학생들이 챗GPT를 과제나 시험에 정말 많이 활용한다며 하지만 비판적 사고능력 향상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씨는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챗GPT에게 물어본 과제를 그냥 그대로 베껴서 내는 부류가 있고, 본인이 직접 한 과제를 챗GPT를 통해 확인해서 내려는 부류가 있는 거 같다"며 "편하긴 하지만 정형화된 정답을 알려주거나, 알려준 답마저도 얼핏 정답처럼 보이지만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오답을 알려줄 때도 많아서 비판적 사고능력 향상에 지장을 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대학교 재학생도 "챗GPT를 사용해 보니 문헌에 대해 피상적인 요약밖에 못해 오히려 한계를 강하게 느꼈다. 글을 너무 못 쓰고 대학생 수준의 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챗GPT에 대한 비판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소재 한 대학교에 재학하는 대학생은 "최근 시험이 있었고 챗GPT를 사용하게 해줬는데, 이러면 저런 거 없이 공부한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 되는 거냐"며 "그냥 좀 부끄러운줄 알고, 어려운 시험도 아닌데 이 정도도 못 풀겠으면 차라리 재수강을 해라"라고 비판했다.

챗GPT에만 의존하다가 낭패를 본 사연도 올라오고 있다. 한 대학생은 커뮤니티에 "챗GPT서버좀 빨리 고치라고. 1시간째 로딩만 걸리는데 과제 제출 마감 1시간밖에 안 남았는데 정말 큰일났다"고 적기도 했다.

대전 충남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2022.4.22/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챗GPT는 완전한 신세계 "큰 도움 된다"…의존보다는 활용에 방점 찍어야

반면 챗GPT가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과잉 의존은 지양해야 하지만 학습을 더욱 효율적으로 하게 해 준다는 측면에서다.

서울의 한 대학교 4학년 성모씨(26·남)는 챗GPT가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성씨는 "생각 외로 챗GPT가 과제나 시험을 위한 자료 수집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예를 들어 특정 상품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 때 물어보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그 상품에 대한 정보를 쫙 보여줘서 매우 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소재 대학생 이모씨도 "챗GPT를 처음 써봤을 때 느낌이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을 처음 써봤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며 "이제는 챗GPT가 단순히 조력자를 넘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줄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고 밝혔다.

대학교도 챗GPT 활용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국민대학교는 올해 3월 입학식에 맞춰 인공지능 교수학습 활용 가이드라인인 10개의 윤리강령을 선포했다. 주요 내용은 △인공지능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무조건 거부하지 않는다 △정보를 선별하고 진실을 확인하는 것은 나의 책임이다 △비판 없이 그대로 활용하지 않는다 △활용 여부를 과제 제출 시 명확히 밝힌다 등이다.  

고려대학교도 3월 챗GPT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기존 교육방식에 요구되던 수고를 아끼는 방향으로 활용을 장려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도 챗GPT의 오류를 지적하고 자체적으로 확보한 정보를 비교하는 등 학생의 비판적 사고능력 향상에도 신경을 썼다.

수도권의 한 대학교 교수는 "연습문제 풀이가 기반이 된 과제에서는 챗GPT가 기존보다 들였던 수고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 오히려 권장하고 있다"면서도 "단순 반복학습이 아니라 논문과 같은 창의성과 정확성을 요구하는 작업에서는 챗GPT를 보조 수단으로만 사용하는게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챗GPT가 쓴 논문을 보면 레퍼런스(참조) 사항이 부정확한 경우를 현재까지 너무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며 "특히 엄밀한 수치와 통계가 생명인 이공계에서는 지금 수준의 챗GPT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챗GPT가 대학생들의 시험이나 평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상권의 한 국립대 교수는 "챗GPT 활용을 보면 과목 특성에 따라서 달라지는 경우도 많은거 같다"며 "나 같은 경우는 보고서 제출과 같은 과제보다는 강의실에서 직접 손으로 시험을 보는 점수 비중이 높아서 아직까지 챗GPT의 영향이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논문을 챗GPT로 쓰는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한다"며 "현재까지는 GPT가 쓴 논문을 보면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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