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신화에 혹해 코인·대출까지…"생활형 '금융교육' 절실"[청년이 바꾼다-금융·재테크]

"주변 20대 친구들을 보면 예금과 적금 차이도 모르고 심하면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돈을 뽑는 법도 모르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런 친구들이 성공 신화에 혹해 코인이나 주식에 손대고 큰돈을 대출받아 생활이 피폐해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요."

아마 사례를 처음 보신 분이라면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실지 모르겠습니다. 제 주위 사람들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이는 <뉴스1>이 청년재단에 의뢰해 지난 11월 22~30일 20~30대 청년 20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나온 실제 답변 중 하나입니다.

◇청년 응답자 59% "중고등학교부터 경제교육 필요…공교육은 기본교과 수준"

설문에 응한 2083명 중 중고등학교부터 금융, 경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9%(1230명)로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그만큼 청년세대의 '돈 관리'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문외한'이라는 점도 같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어 △금융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 16.9%(352명) △사회진입초기 또는 입사 시 전반적인 경제재무 교육 16.2%(338명) △대출이나 신용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1:1 상담 7.8%(163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년들이 제시한 의견을 살펴보면 방송, 소셜미디어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된 '영앤리치'를 허상으로 보고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응답자 A씨는 "젊은 나이에 100억을 번 신화적 사례를 조명하기보단, 소득이 작았던 시절부터 유지했던 습관을 바탕으로 안정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사례들을 더욱 충분히 공유하고 수용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는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과 부의 대물림에 대한 문제의식 또한 존재합니다. 청년 B씨는 "청년들이 부채가 많고 자산형성이 어려워 경제적 자립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기성세대가 전월세를 청년들의 소득수준을 고려치 않고 자유 시장경제에만 맡겨 이익을 취하려고만 하는 것도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산이 많고 주변 환경으로부터 양질의 투자지식과 경험을 물려받아 부채를 긍정적으로 활용해 자산을 더더욱 증식시키는 청년들이 있는 반면, 생계와 주거 문제로 이미 큰 부채가 있는 상황에서 본인의 처지를 만회해 보려다 돌이킬 수 없는 실패 경험에 허덕이는 청년들도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수능에 맞춰진 경제교육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C씨는 "공교육에서 실시하는 경제 교육의 방향이 실제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교육이라기보다는 심화 교육을 위한 기본 교과에 머물러 있다"며 "학교에서 올바른 자산형성 개념과 금융지식, 모의 투자 경험 등에 대한 수업을 제공해 미래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물론 돈관리를 공교육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존재합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초·중·고 교사의 금융이해력을 높여 학교 금융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년 1월 9~13일 금융연수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지난해에는 교육부와 함께 온라인 금융교육 연수과정도 개발했습니다.

금융위원회도 올해 6월 '2022년도 제1차 금융교육협의회'를 개최하고 하반기 금융교육 추진과제로 △전달 방식 다양화 △학교 내 금융교육 강화 △금융교육 추진체계 내실화 등 3가지를 설정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2030 자문단도 출범했는데요. 이들은 △일자리 금융 △주거 금융 △자산 형성·관리 △금융 교육 등 4개 분과로 나뉘어 정책 제언 등 활동을 펼친다고 합니다.

다만 제도권 교육에서 청년들이 실제로 원하는 교육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이러한 창구들이 늘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게 되네요.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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