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 예감…'붉은 단심', KBS 월화극 부진 끊을까

'붉은 단심'이 초반부터 '웰메이드 사극'이라는 호평을 얻으며, 월화극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지난 2일 KBS 2TV 새 월화드라마 '붉은 단심'(극본 박필주/연출 유영은)이 베일을 벗었다. '붉은 단심'은 살아남기 위해 사랑하는 여자를 내쳐야 하는 왕 이태(이준 분)와 살아남기 위해 중전이 되어야 하는 유정(강한나 분), 사랑하지만 정적인 된 이들이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누며 펼쳐지는 정치 로맨스다. KBS에서 '연모' 이후 5개월 여 만에 나오는 사극인 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방송가에 궁중 로맨스 열풍이 인 바 있어 '붉은 단심'에도 많은 기대가 모아졌다.

베일을 벗은 '붉은 단심'은 초반부터 촘촘한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왕세자 이태(박지빈 분/아역)가 사림파 유학수의 여식 유정(신은수 분/아역)에게 반하고 세자빈으로 들이는 로맨스, 이 일이 반정공신들의 계략으로 인해 역모로 오해받아 인영왕후(우미화 분)가 사망하고 유정의 집안이 쑥대밭 되는 정치 서사가 빠른 호흡으로 펼쳐졌다. 이후 이태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유정을 보살피고, 발톱을 숨긴 채 허수아비 왕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중 이태는 새로운 중전을 들이면서 반정공신 사이 균열을 일으키려 하고, 이를 위해 병조판서 조원표(허성태 분)의 여식 조연희(최리 분)를 끌어들이나, 박계원(장혁 분)이 자신의 뜻대로 중전 자리에 앉히려는 인물이 유정임이 드러나며 파란을 예고했다.

'붉은 단심'은 설정상 권력암투, 복수, 로맨스 등 궁중 사극 클리셰를 답습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우려를 지웠다. 권력 앞에 무릎까지 꿇는 무능한 왕, 자식을 위해 충격적으로 목숨을 내던지는 어머니,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궁중 인물 등의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특히 복수의 칼날을 갈며 기회를 엿보다 정적을 제거하려는 이태 앞에 유정이 정적 측 중심인물로 등장, 정인이 정적이 되는 아찔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 예고돼 향후 이야기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영화 같은 연출 역시 화제를 모았다.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유영은 PD는 극의 미학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귀띔한 바 있다. 이를 증명하듯 '붉은 단심'은 때론 파격적인, 때론 정돈된 미장센과 감각적인 영상미를 뽐냈다. 특히 1회에서 이태와 유정이 만날 때 배경으로 등장한 함안낙화놀이는 두 사람의 만남이 주는 애틋하고 설레는 감정을 끌어올려 방송 직후 큰 화제를 모았다. 또한 유정이 참수당한 부모의 시신을 찾기 위해 가는 과정에서 비친 시신 더미는 비극적인 상황을 극대화했다. 유 PD는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연출로 '붉은 단심'을 '웰메이드 사극'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붉은 단심'의 완성도를 높인다.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하는 이준은 권력 앞에 유악한 듯 보이나 발톱을 숨기고 있는 입체적인 이태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러면서도 사랑 앞에 한없이 연약한 모습까지 잘 표현해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비치게 했다. 강한나는 영민하고 강인한 유정의 성격을 밝게 담아냈으며, 박계원 역의 장혁은 '사극 대가'답게 절대 권력자의 카리스마를 드러내 극을 압도했다. 정치 사극에 처음 도전하는 허성태는 냉철하지만 '딸 바보'인 조원표의 이중적인 면을 잘 그려냈고, 하도권도 이태를 보필하는 내관 정의균으로 완벽히 변신해 극에 미스터리함을 더했다. 박지연은 궁중 인물을 휘어잡는 대비로, 최리는 철없는 양반가 딸로 분해 극에 재미를 더했다.

호평 속에 첫 주 방송을 마친 '붉은 단심'은 1회가 6.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회가 6.0%를 기록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이는 전작 '크레이지 러브'에 비해 소폭 상승한 시청률로, 힘을 받은 '붉은 단심'이 KBS 월화극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또한 '붉은 단심'은 극본, 연출, 연기 3박자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 완성도가 높다는 입소문을 타고 있다. '웰메이드 사극'을 예고한 '붉은 단심'이 또 하나의 '궁중 로맨스 신화'를 쓸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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