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관객들도 '최민식앓이' 하게 할까

"'침묵' 이후로 '민식앓이'를 하고 있었는데…(최)민식 선배님이 하신다기에 너무 더 좋아서 만나서 했다"(박해준)
"또 다른 작품에서 선배님과 진하게 또 연기하고 싶다는 감정이 올라왔다, 나도 앓고 있다"(박병은)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선배 배우 최민식에 대한 애정을 유쾌하게 표현했다. 최민식이 주연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관객들까지 '최민식앓이'에 동참시킬 수 있을까. 

15일 오전 온라인으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이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가던 중 수학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수포자' 학생 한지우(김동휘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휴먼 드라마다. 

최민식은 극중 북한의 천재 수학자 출신으로, 현재는 대한민국 상위 1% 자사고인 동훈 고등학교의 야간 경비원을 하고 있는 이학성을 연기했다. 이어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김동휘가 수학이 최대 약점인 자사고 학생 한지우를 연기했다. 또한 박병은이 자사고 동훈 고등학교 수학 교사 근호, 박해준이 이학성의 유일한 벗인 새터민 지원본부 지부장 기철, 조윤서가 한지우의 유일한 친구 보람을 연기했다. 

이날 박동훈 감독은 연출 계기를 말하며 "시나리오를 받고 한 장면이 떠올랐다, 첫번째 인상은 굉장히 예의바른 이야기라는 인상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수포자' 'N포세대' 등 포기에 관한 조어들이 생성되는 이상한 나라에서 사는, 그러나 더 이상한 나라에서 탈출한 수학자 이야기다"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또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이 실제 수학자이자 수학 교수였다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면 토끼도 만나고 탐험도 한다, 우리 영화에서도 신비한 모험을 만날 수 있다 하는 중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제목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 최민식이 주연을 맡아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최민식은 "이 작품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일단 '굿 윌 헌팅'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더라, 그 영화를 볼 때마다 우리도 이런 저런 여러가지 학원 드라마가 있는데 학원에 국한되지 않은 세상을 얘기하는 드라마를 한번쯤 가졌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동훈 감독과 첫 미팅에서 봤는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더라, 마스크를 써서 3분의 2가 가려져서 모르는데 마스크를 벗으면 굉장히 낯익은 얼굴이다"라며 박동훈 감독이 만화 '은하철도 999'의 철이를 닮았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그러면서 그는 "박동훈 감독은 소년 같았다, 왜 이 양반이 이 얘기를 하려고 하나 의도를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가 돼더라"고 영화에 대해 호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박 감독도 오랜 세월 최민식의 팬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90년대부터 (최민식의)'찐팬'이었다, '해피앤드'에서 우유를 정리하는 장면이라든지, 파고다 공원에서의 장면이라든지 짧은 컷도 다 기억할 정도로 관객으로서 팬이다"라면서 "시나리오를 읽고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경비복을 입고 수학을 설파한다고 연상했을 때 점알 흥분되더라 수락 해주셨을 때 정말 감격스러웠다"고 회상했다. 

탈북자 출신의 천재 수학자지만, 현재는 신분을 숨긴 채 경비원으로 일하는 이학성의 캐릭터를 최민식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최민식은 "천재의 마음을 내가 어떻게 이해하겠나,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것을 못하게 됐을 때의 안타까움은 이해가 되더라, 이학성의 심리적인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탈북한 사람이라는 점은 가급적이면 배제하고 연기했다, 정치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가급적 배제했다"며 "내가 사랑하고 평생 해왔고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게 됐을 때의 힘겨움, 더군다나 그것이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아픔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생각을 많이 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최민식과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게 된 김동휘는 무려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서 합격했다. 김동휘는 "나는 선택받는 입장이 아니라 오디션을 봤다, 최민식 선배님도 계셨다, 너무 떨렸다, 스크린에서 보던 분을 뵈니까"라며 "선배님에게 저의 미천한 연기를 보여드려야겠다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서 다같이 하자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최초의 기억들을 회상했다. 

1995년생인 김동휘는 올해 27세다. 그는 "내가 선배님들 앞에서 나이 얘기하기는 그렇지만, 10대 역할을 하다 보니 20대인 내가 10대와 다르다, 10대에게 물어보면서 고등학생은 어떤지 물어봤다"고 연기를 위해 기울인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MC 박경림은 "10대가 얼마 전이지 않느냐"고 했고, 김동휘는 "하루하루가 다르다"라고 대답하며 웃음을 줬다. 

더불어 김동휘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지우가 평범한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헀는데 극중 학성을 만나면서 바뀌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선배님을 만나면서 바뀌는 과정들에 대해 내가 지우라면 어떻게 바꿀까 그런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고 연기 주안점을 밝히기도 했다.

최민식은 김동휘를 처음 봤을 때를 떠올리며 칭찬했다. 그는 "김동휘는 깨끗한 느낌, 깨끗한 데 힘들어보이는 느낌이었고, 그게 우리가 찾고자 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막상 현장에 들어가서 얼마나 많은 부담이 있었겠나, 나를 비롯해 많은 베테랑 배우, 스태프들 앞에서 긴 장편 영화의 메인 타이틀 롤을 표현 하려고 하니, 굉장히 진중한 모습에 믿음이 갔다"면서 "어떻게 첫술부터 배부를 수 있나, 그런데 많은 가능성이 보이고 시간이 갈수록 한지우라는 캐릭터에 녹아든 모습이 보이고 아주 뿌듯했다"고 김동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동휘는 "나에게 최민식이란?"이라는 질문에 곧바로 "인생의 멘토"라고 답해 최민식을 민망하게 했다. 그는 "선배님이 부끄러워 하실 것 같은데 첫 촬영을 전주에서 했다, 세트장에서 했는데 그때 선배님이 '천문'을 개봉하실 때라 바쁘실 때였는데 저의 첫 촬영을 보기 위해 혼자 전주까지 운전을 해서 오셨다, 그날 촬영 스케줄도 없는데 그날 혼자 오셨다"며 감동했던 사연을 밝히기도 했다. 

박병은과 박해준은 각각 '특별시민'과 '침묵'에서 최민식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날 두 사람은 경쟁하듯 '최민식 앓이'를 고백하기도 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박해준은 "이번 영화의 대본을 받고 그 당시 받았던 대본들이 칼부림도 나고 피 터지고 하는 거였는데 그걸 보다가 너무 너무 사실 좋았다"면서 "누가 나오시나, 민식 선배님이 나오시더라, '침묵' 이후로 선배님이 뭐 하시나, 또 하고 싶은데, '민식앓이'를 하고 있었는데…(최)민식 선배님이 하신다기에 너무 더 좋아서 만나서 했다"고 말했다. 

박병은의 경우 '특별시민'에서 최민식과 함께 하는 분량이 많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선배님과 현장에서 촬영 하면서 대기하는 곳에서 컵라면 하나씩 먹으면서 살아오신 얘기를 들었는데, 그 자체가 내게 영광이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순간들이 너무 좋았고, 이런 순간들이 또 다른 작품에서 선배님과 진하게 또 연기하고 싶다는 감정으로 올라왔다, 나도 앓고 있다"고 말하며 웃음을 줬다. 박해준이 "'민식앓이'를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이에 최민식은 "나는 네 낚시 미끼가 되고 싶다, 낚시 바늘에 코가 꿰고 싶다"는 엉뚱한 말로 화답하며 웃음을 줬다. 

이후 MC 박경림은 박해준과 박병은에게 최민식과 어떤 작품에서 재회하고 싶냐는 질문을 던졌다. 박해준은 "뭐든지"라고 답했고, 이를 듣던 최민식은 "너 전에 '브로크백 마운틴' 같은 걸 하자고 했잖아"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어 박병은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박병은은 "나는 '브로크백 마운틴' 같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최민식은 "박병은은 맛깔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다, 항상 감탄한다, 동료 배우로서 빅해준 배우도 마찬가지"라며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전작품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매력을 공유하게 되니 많이 배우게 된다"고 두 배우를 칭찬했다. 

조윤서는 피아노를 치지 못하지만 잘 쳐야 하는 역할이라 오디션장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일화를 밝혀 놀라움을 줬다. 그는 "감독님께 쇼핑 친다, 베토벤 친다고 그랬는네 악보를 못 본다, 오디션이 될 줄 몰랐다"며 "대신 손가락 번호를 써서 통째로 외워서 결국 내가 쳤다, 하루에 여섯, 일곱 시간씩 쳤다, 사람은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알렸다. 

박병은도 수학 교사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유튜브에서 수학 강사들의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고 했다. 그는 "강의 내용은 일(1)도 이해 못했지만 선생님들의 말투, 제스쳐를 보는데 친구처럼 하더라"며 "예전에 우리가 생각하던 그림자도 밟지 않는 선생님이 아니라 친구처럼 파트너처럼 생각하는 그런 의미로 다가갔다"고 말했다.

조윤서는 이번 영화에 대해 "이상한 영화다, 이상하게 수학이 이해가 되고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고, 수학으로 위로를 받는 이상한 영화다"라며 "단언컨대 영화를 보고 극장 문을 나설 때 기분 좋게 선물 받은 것처럼 기분 좋게 극장 나설 수 있는 영화니까 3월9일에 극장에서 뵙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박동훈 감독은 "완성본은 경쾌하고 우직하고 온화한 영화다, 영화의 맨 마지막에는 콘서트장에 갔을 때 좋아하는 앵콜송을 들으셨을 때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거라 예상한다"며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수학이라고 어려운 영화가 아니고 수포자 감독이 만든 영화다, 안심하고 보시라, 빨리 뵙고 싶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오는 3월9일 개봉한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연예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