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이 24일 개봉됐다. © News1 스포츠 / 영화 ´연평해전´ 포스터>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 24일 '연평해전'의 개봉을 앞두고 이념 논쟁이 예고됐으나 관람 후 관객들의 반응은 다소 잠잠하다. 정치 프레임을 우려한 탓에 제작 초기 단계부터 난항을 겪었지만 이 같은 우려가 기우였다고 이야기하는 듯 6월 마지막주 극장가에서 '극비수사'와 '쥬라기 월드'를 제치고 순항을 향한 돛을 펼쳤다. 개봉 당일 이후 3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개봉 첫 주말 역시 무난하게 흥행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평해전'은 어떻게 이념 논쟁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일까.
'연평해전'은 지난 2002년 6월 대한민국이 월드컵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그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과 그들의 동료, 연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는 실화 영화다. 원칙주의자이지만 마음은 따뜻한 참수리 357호 정장 고(故) 윤영하(김무열 분) 대위, 아내와 살고 있지만 결혼식을 치르지 못한 조타장 한상국 (진구 분)하사, 청각 장애인 어머니에게 극진하면서도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의무병 박동혁(이현우 분) 상병 등 당시 대원들이 주인공이다.
'연평해전'이 이념 논쟁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가 극 중 인물들의 드라마에 집중했다는 데 있다. 영화는 초반 윤영하와 한상국, 박동혁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낸다. 각 인물들의 사연에 집중하는 휴먼 드라마를 펼쳐내는 셈이다. 이 같은 전개 방식은 후반 30분 아비규환이 돼 버린 해상 전투신에 몰입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월드컵 중계를 보며 여느 대한민국 젊은이들처럼 환호를 지르며 응원하고, 몰래 끓여 먹는 라면에 감동하기도 하면서 가족에게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는 각 대원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영화가 사건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 했다는 점이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연평해전으로 기존 교전수칙이 시위기동과 차단기동 수칙이 빠져 경고방송-경고사격-격파사격으로 대폭 축소된 사실이 분명함에도 불구, 해당 장면을 단순히 표면적으로 묘사하는 데 그쳤다. 해당 사안을 둘러싼 군 당국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지 않고 많은 장면들 중 하나로 스쳐지나간다. 극적으로 극대화될 여지를 축소하고 우리의 형이나 오빠, 남동생이나 아들일 각 인물들의 비극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언론시사회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월드컵 폐막식 관람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보도하는 뉴스를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담은 것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김학순 감독은 정치적 의도가 담겼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정치적 의도로 접근한 게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그때 일어났던 사회의 분위기와 모습을 가급적 사실에 의거해 그대로 전달하려 했다. 한 쪽은 전사자가 나왔지만 한 쪽에서는 축제 분위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세상은 흘러간다는 것을 영화에 담으려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연평해전'은 외려 실화를 온전하게 스크린으로 옮기는 방식을 취하다 보니 영화화한 방식이 다소 안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태다. 김학순 감독과 배우들은 영화를 통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대원들의 희생을 다시 한 번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데 의의를 뒀고, 이같은 소기의 목적은 일정 부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개봉에 앞서 일각에서는 '진영 논리'를 앞세워 이슈를 조장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했다. 역시 관객은 대원들의 희생만을 가슴에 새기고 돌아간 모양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