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하 목사/오리건 벧엘장로교회 담임
산불 속에서도 희망을 보다
최근에 오리건주와 시애틀에 정말 반가운 비가 내렸습니다.
예년 같았으면 조금이라도 우기가 늦게 오기를 갈망했겠지만 그러기에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산불로 인한 피해와 불편이 컸습니다.
좋은 날씨보다 더 시급한 것은 산불을 끌 수 있는 비였습니다. 기록적인 건조주의보 속에 오리건주 포틀랜드 인근 이글크릭에서 발생한 산불은 49,000 에이커를 태웠습니다.
오리거니언들이 가장 사랑하는 하이킹 코스를 태운 이 산불은 강한 바람과 함께 번져 포틀랜드는 물론 시애틀에까지 눈밭 같은 재를 날렸습니다.
오랜 이민생활을 하신 분들은 1980년 세인트헬렌 화산이 터진 후 이렇게 심하게 재가 날린 적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출근하러 나갔는데 차에 재가 덮인 것을 보고 누군가 담배를 피고 달아난 줄로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 여름에 일어난 산불은
이글크릭 산불만이 아닙니다. 이런 대규모의 산불이 올해 오리건주와 워싱턴주를 포함한 서북미에만
수십 개가 발생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산불은 이글크릭 산불의 4배나 되는 190,000 에이커의 산림을 태운 남부 오리건의 ‘쳇코바(Chetco Bar) 산불’로 아직도 1,500명 이상의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산불을 멀리서 겪는 것도 불편하고 답답한데 하물며
산불을 진화하는 소방대원들의
노고를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요? 무더운 여름 날씨 속에 스키복보다 몇 배 두꺼운 방화복을 입고 불을 진화하고 있으면 체감온도는 사우나탕에
들어온 것보다 심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TV에 비춰진 오리건의 명물인 멀트노마
폭포를 화염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며칠 동안 밤새 고가 사다리에 올라 물을 뿌리는 소방대원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아무리 소방차가 와서 물을 뿌리고 소방헬기가 와서 물을 퍼붓는다 해도 인간이 진화할 수 있는 한계를 넘긴 산불은 궁극적으로 하늘에서 비가 오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지난 주간 내린 비로 산불이 거의 다 진화되었다고 합니다. 또 소방차가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산꼭대기에 일어난 산불은
이번 비가 눈으로 바뀌면서 4인치 이상 쌓여 완전히 진화되었다고 합니다.
산불은 인간의 노력으로 진화하는데 한계가
있고 비가 와야 궁극적으로 해결됩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죄의 문제 역시 위로부터 내려오는 그리스도의 보혈로
덮혀져야지만 해결될 수 있지 아무리 노력해도 인간의 도덕적 선행과
수양과 의지로는 필경 사망에 이르게 하는 죄로부터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행위에서 난 것이 아니니 이는 누구든지 자랑치 못하게 함이니라(엡 2:8-9)” 오직 하늘로부터 부어지는 보혈의 은혜로만 우리 인간의 죄 문제는 완전히 진화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