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하 목사
오리건 벧엘장로교회 담임/오리건 밴쿠버 한인교회연합회장
누구나 끼워주는 교회가 아름답다
한번은
이웃의 A와 B 교회 담임 목사님들이 저에게 물어보신 질문이
있습니다.
“이 목사님의 섬기시는 교회는 헌금할 때 특송이 있나요?”
이 질문에 제가 더 놀랐습니다. “그러면 헌금 송이 없는 교회도 있나요?
우리 벧엘교회 성도님들은 매 주일 돌아가면서 헌금송을 하는데요” 그랬더니 두 목사님의 부러워하시면서 당신들이 섬기시는 교회는 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교회 안에 음악 전공자들이 많아서 혹시 실수하면 망신 당할까봐
무서워서 헌금송을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비난하는 일이 생긴 다음에는 아예 헌금송을 없애고
매 주일 피아노 간주만 하든지, 아니면 한 달에 한번 고정적인 솔리스트가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섬기는 교회는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특송이나 헌금송을 합니다. 어린이부터 80세가 훌쩍 넘은
어르신까지, 또 전공자부터 초보자까지 누구나 하나님께 찬양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헌금송을 합니다.
제가
미국의 타 지역에 목회할 때의 일입니다.
교회 안에 유난히 유명 음대를 졸업하고 오케스트라단에서 일하시는
전공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뛰어난 기량이 돋보이는 성가대와 특송이 있었지만 항상 교회가 시끄러웠습니다. 서로 보이지 않게 음악인들 사이에 시기와 질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아무리 소리가 좋아도 과연 하나님께서 이런 믿음의 공동체의 모습을 기뻐하실까 가슴이 아팠습니다. 사실 교회가 왜 존재하고 사역을 합니까? 사역하는 목적은 하나님을
사랑하듯이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하지만 많은 교회가 사역에 바쁘다 보면 더 중요한 사람을
놓치기 쉽습니다. 일하다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관계가 깨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어떤 교회를 하나님께서 기뻐하실까요?
‘누구는 이래서
안 되고 누구는 이래서 되고’ 인간적인 기준으로 빼고 더하는 공동체가 아닐 것입니다. 건강한 교회는
비록 부족해도 “끼워주고 포함시켜주는”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사랑하시지만
성경을 자세히 읽어보면 편애하신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특별히 고아,
과부, 병든자,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입니다. 세상은 이들을 뺐지만 예수님은 포함시켜 주셨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본받아 사랑방이나 선교회나 어디서든, 또 어떤 사역을 하든 오히려 부족한 사람을 격려하고 포함시켜주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실수 때문에 무시하고 빼버린다면 교회가 세상 회사와 다른 점이 무엇이겠습니까? 오히려 좀 실수해도 칭찬하고 격려해서 다음에는 되게 하는 것이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
저는
이번 토요일 선교기금마련 골프대회의 시구를 부탁 받았습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직까지 골프를
쳐본 적이 없는 천연기념물입니다. 골프를 죄악시해서가 아니라 골프가 좋은 스포츠인 것은 알지만 바쁜
목회에 도움이 되는 빨리 끝내고 원상 복귀할 수 있는 스포츠인 조깅, 사이클, 수영, 배드민턴 같은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시구하면 선교모금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춤도
막춤이 무섭듯이 제가 날리는 ‘막샷’이 무서울 겁니다. 그래도 시구할 수 있는 용기는 교회라는
공동체의 따뜻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비록 공이 물에 빠지거나 담장을 넘어가거나 누구를 맞춰도 오히려
실수 때문에 더 격려해 주시는 참 좋은 분들이 이 안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끼워주는 공동체가
가까이 있을 때 우리 인생은 더욱 살 맛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