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이웃 사랑이 자기 사랑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 가운데 참으로 이해가 안되고 지키기도 어려운 말씀들도 많다.
그 중에서도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레위기 19장 18절)는 말씀은 이해하기도, 지키기도
매우 어렵다.
평생을 목회하면서, 말씀을 가르치면서도 이 말씀만큼은 그렇게 강조하지를 못했던 것 같다. 우선 그 말씀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가 없었고 또한 지키기도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고 인생을 웬만큼 살아가다 보니 조금은 이 말씀이 이해가 되고 또한 지키려고 노력도 하게 되는 것 같다.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시는 이유는 그것이 곧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미련하고 어리석은 필자는 이 같은 사실을 깨닫는데 목회40여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이는 그만큼 깨달으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요,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도 못했고 또한 스스로 실천해 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1년 전 이웃 동네인 머킬티오에서 여름 방학을 맞은 젊은 친구들이 한 곳에 모여 파티를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같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한 남자 청년이 총을 들고 찾아와 파티장에 난사해 3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난 다음 그 여자 친구에게 앙심을 품고 있다 파티에 참석한 여자 친구를 중심으로 총을 쏴 그처럼 끔찍한 비극을 초래했다.
지난해 한 해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이 같은 데이트 폭력으로 입건된 건수는8,367건이었다고 한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이 같은 데이트 폭력으로 일어난 살인 사건만 233건이었다고 하니 한 해에 거의 46명이 가장 사랑했던 연인의 손에 의해 죽어간 것이다.
지난 6월 28일 청주에서 회사를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A(21ㆍ여)씨가 집 근처 교회 베란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수사 끝에 다음날 A씨를 숨지게 한 남성을 붙잡았다.
범인은 다름 아닌 두 달 전부터 A씨와 동거해온 남자친구 B(21)씨였다. 이들은 10대
시절 2년간 사귀다 헤어진 뒤 다시 교제를 시작한 뒤 동거에 들어갔으나 A씨가 B씨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자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여자 친구가 헤어지자고 해서 화가 치밀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히는 불행인가? 사랑했던 연인을 죽이고 자신은 감옥에서 청춘을 보내야만 하는 이런 비극보다 더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다.
이를 보면 하나님께서 왜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는지를 알 수 있다. 이웃을 사랑하는 일보다 자신을 평안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을 깨우쳐주고 있다.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의 손에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될 것이라고 그 누구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상대를 분노케 하지 않도록 그리고 그 분노가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 않도록 진짜 사랑하는 법을
그들은 아직도 터득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공부가 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보호할 줄 아는 지혜이다.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잃어버린다면
결국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공부의 핵심이 바로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운 사람은 그렇게 많지가 않는 것 같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배워야 한다. 역설적으로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지키는 길이 바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