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연방정부가 여야간 핑퐁게임 같은 예산안 공방으로 결국 17년만에 셧다운(폐쇄)됐다. 상원을 주도하는 민주당과 하원을 주도하는 공화당은 서로의 새해 예산안을 고집하며 새해 예산안 통과 시한을 넘겨 정부 셧다운을 초래했다.
백악관 예산관리처는 연방정부기관에 대해 새해예산안 마감시한인 30일 자정(1일 0시·한국시간 1일 오후1시)을 기해 정부 폐쇄에 대비한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을 지시했다.
이전 정부 폐쇄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5년 11월13일~19일, 1995년12월15일~1996년1월6일 각각 6일과 21일 동안 지속된 바 있다.
민주당과 공황당이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결국 정부 폐쇄가 시작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하원 지도부에 직접 전화통화로 협상을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 지도부와 직접 대화한 것은 일주일 만에 처음이었다. 하지만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 통화는 채 10분도 되지 않았고 대부분 건강보험개혁(오바마 케어)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하원의장 대변인은 말했다.
결국 연방 정부 폐쇄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의회는 오바마케어를 빼고 넣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막판 협상패널을 구성하자는 제안마저 거부됐다.
상원의 민주당은 긴급 예산안을 마련하고, 연방정부 폐쇄를 신속히 막기 위해 협상 패널을 구성하자는 하원 공화당 대표들의 막판 제안을 거부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머리에 총구를 겨냥당한 채 협상에 임할 수는 없다"고 협상 거부의 뜻을 밝혔다.
정치권이 벼랑 끝 대치를 풀지 않고 결국 17년만에 정부 폐쇄를 강행한 것은 오바마케어에 대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차 때문이다.
'오바마케어(Obama+healthcare)'는 민간 보험 중심의 기존 미국 의료보험 체계를 뜯어고치는 시도로 2010년 3월 의회를 통과했다. 오바마케어의 핵심은 의료비용 부담을 개인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나눠 분담하자는 것으로 무보험자 3200만명에게 의료보험을 의무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의무보험을 이행하지 않는 개인이나 기업은 벌금을 내야 한다.
공화당은 이러한 의무가입에 대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 게다가 오바마케어로 인한 막대한 재정부담 역시 반대의 이유로 꼽힌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오바마케어 시행에 따른 정부 지출이 2013년부터 10년간 총 1조76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폐쇄로 일단 즉각적 피해는 최소화하겠지만 장기화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경제분석업체 IHS 글로벌 인사이트는 정부 폐쇄에 따른 일일 생산손실액은 3억달러(약322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연간 생산규모가 15조7000억달러인 미국 경제에서 3억달러의 생산손실 규모는 미약한 수준이지만 폐쇄 기간이 지속돼 기업과 소비자들의 신뢰와 소비가 타격을 받는다면 손실 규모는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200만명에 달하는 연방 공무원중 약 80만명이 무급휴가에 들어가야 한다. 지난 1996년 정부폐쇄 당시 80만명의 공무원들이 무급휴가로 인해 입은 경제적 손실은 14억달러(약1조5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일반 미국인들도 이 기간에는 교통, 쓰레기처리, 여행 등에 큰 불편을 겪게 된다. 다만, 백악관, 우정국, 기상청 등 안보와 직결된 기본적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들이나 예외적 기관들은 업무를 지속한다.
게다가 정부폐쇄가 장기화할 경우 부채상한 증액문제와 맞물리면 파국이 초래될 수 있다. 의회가 이번달 17일까지 부채한도 상한을 증액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디폴트(부채상환 불이행)까지 겹친다. 전문가들은 정부폐쇄 보다 증액 실패가 더 심각하다고 우려한다.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협상을 결렬한 적이 없어 최악의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