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최인근 목사] 우연과 섭리

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우연과 섭리 


중국 내륙선교회를 설립한 허드슨 테일러 목사님은 1975년 봄 몇 군데 회의에 참석하고 런던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러시아의 바브린스키 공작이 인사를 했습니다. “테일러 목사님, 어디에 가십니까?” “런던에 갑니다.” “그러면 저하고 함께 앉으실까요?” 

두 분은 객차 속 시트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바브린스키 공작이 지갑을 꺼내더니 무엇인가를 테일러 목사님께 건네 주었습니다. 

“이거 작은 돈이지만 중국 선교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테일러 목사님은 수표의 금액을 보고는 너무나도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이거 오십 파운드 아니야! 무슨 실수라도 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50파운드는 지금 미화로 몇 만 달러의 큰 금액이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저에게 5파운드를 주시려고 한 것은 아닙니까? 이건 50파운드군요?” 그러자 바브란스키 공작은 “천만예요, 제가 도로 받을 수는 없습니다. 선교사님, 실상 저는 5파운드를 드리려고 한 것인데 50파운드라고 쓰고 말았군요. 이건 하나님의 뜻입니다.”

테일러 목사님이 선교본부에 와보니 기도회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중국 내륙선교회에 송금을 해야 하겠는데 49파운드 11실링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부족액을 채울 수 있는 길은 오직 기도뿐이었습니다. 

바로 그 시간에 테일러목사님이 호주머니에서 50파운드 수표를 꺼내 사무실 책상 위에다 가만히 올려놓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기적같이 놀라운 역사였던 것입니다. 우리들이 하나님을 믿는 신자들이라면 반드시 두 가지는 믿어야만 합니다. 하나는 하나님께서 우주만물을 만드셨다는 사실이요, 다른 하나는 그렇게 만드신 만물들을 하나님께서 친히 섭리하신다는 것입니다. 섭리란 하나님께서 만드신 모든 피조물들을 친히 통치하시고 다스리시고 보호하시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이 세상 모든 만물들에는 결단코 ‘우연’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인생을 사노라면 뜻하지 않은 축복도 누리게 되고 반대로 원하지 않는 고통을 당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삶의 희로애락을 하나님의 섭리라는 차원에서 들여다보면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아브라함은 나이가 백세가 되어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아내 사래는 이미 경수가 끊어진 지 오래 되었고 인간의 상식으로는 결코 아들을 낳을 수 없는 상태였는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 주변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많은 사람들이 ‘우연히’그런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역사를 알고 믿는 성도들은 바로 그것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해석합니다. 

욥이라는 사람은 동방의 의인이었고 참으로 믿음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어느 날 갑자기 그의 모든 재산이 사라지게 되더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고로 10남매가 한 순간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몸마저도 몹쓸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는 비참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믿음이 없는 세상 사람들은 불행하게도 ‘우연히’그런 일이 그 집안에 닥쳤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성도들은 우연이 아니라 우리들이 모르는 하나님의 거룩하신 뜻이 계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고통의 당사자였던 욥조차도 그 같은 상황에서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불신하지 아니하고 그 입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우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에게 일어나는 희로애락의 상황을 ‘우연’이라 말하는 사람들과 ‘하나님의 섭리’라고 고백하는 성도들의 삶은 그 시작부터 다릅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야 할 우리 인생 여정에 상황을 우연으로 보는 것과 하나님의 섭리로 보는 것은 큰 차이가 납니다. 원망함이 없이 서로를 사랑하며 모든 상황을 하늘의 하나님께 맡기고 그 하나님의 선하신 은총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신앙생활은 그래서 그 기본부터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엎질러진 물은 결코 다시 담을 수가 없듯이 우리들의 삶에 일어난 불행은 결코 우리 스스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 같은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고귀한 뜻이 계실 것이라 믿고 욥과 같이 하나님의 때를 믿고 기다리면 반드시 전화위복의 은총이 찾아오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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