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언제까지 계속될까…푸틴 "목표 달성 때까지"

우크라 동부 돈바스 갈등 해결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으론 美·나토와 안보 대결

전쟁 장기화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계속하겠다"며 지속 의지를 시사하면서 그의 목표가 어디까지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유리 가가린 우주비행을 기린 우주의날을 맞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니치 우주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7주간의 공세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군사작전은 최종 임무가 완수돼 작전 시작단계에서 정한 과업이 달성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특별군사작전을 명령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무장해제와 △'비나치화' 그리고 △동부 돈바스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취임한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이 자국 인구의 17%를 차지하는 러시아계까지 러시아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을 추진했는데, 이 때문에 러시아계 비중이 높은 동남부 지역에서 반발이 컸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남부 크름(크림)반도에서 주민투표를 열어 찬성 우세로 크름을 병합하고, 동부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한 건 명목상 이런 배경에서다.

결국 러시아가 병합하지 않은 채 분쟁지역으로 남겨둔 돈바스는 이번 전쟁의 명분이 됐다.

푸틴 대통령은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달 17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점령할 계획이 없다"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크라이나 당국에, 동부 갈등에 개입하지 말고 돈바스에서 철군하라고 요구했는데 그들이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돈바스를 마저 승전물로 차지하면 전쟁을 멈출까.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남부 크름반도·동부 돈바스 장악해야 전쟁 끝?

푸틴의 목표와 관련해 서방 당국은 그간 △수도 키이우 장악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 타도 및 △친러 괴뢰 정부 수립 등의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해왔다.

전황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푸틴 대통령이 목표를 축소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고, 정말로 러시아는 지난달 29일 평화협상 결과 키이우 인근 병력을 빼고 돈바스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서방의 분석이 푸틴의 '속임수'란 진단도 있다. 기존 키이우 배치 병력은 처음부터 그다지 정예군으로 조직되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군의 강한 저항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러시아군의 공세는 키이우보단 동남부에 집중돼왔다.

도시의 90%가 초토화돼 이번 전쟁 '최악의 전장'으로 꼽히는 도네츠크주 최남단 마리우폴과 인근 멜리토폴이 집중 공격을 받은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는 우크라군이 탈환하긴 했지만 러군에 최초 점령됐던 지역도 최대 물동항 오데사로 가는 관문인 남부 헤르손이다.

그런데 오데사와 헤르손은 흑해를, 멜리토폴과 마리우폴은 아조우해를 각각 낀 항구도시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동부 돈바스를 우크라이나에서 분리하는 것에서 나아가, 크름반도에서 대륙과 이어지는 육로를 확보하고 여기서 다시 동남부를 연결하는 일종의 회랑을 구축하려 한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역사에서 얼지 않는 부동항을 찾는 건 거의 모든 전쟁의 실질적인 배경이었다. 푸틴의 목표가 크름과 돈바스 그 너머에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시각화한 1997년 이후 나토의 동진 현황. BBC 온라인 보도화면 갈무리. © News1 최서윤 기자


◇부동항 찾는 러…푸틴, 그 너머 노리나  

이번 전쟁이, 아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고조되던 작년 11월로 돌아가보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침공 시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한 지 열흘 만인 작년 12월17일 러시아는 외무부 정식 서면을 통해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법적 구속력 있는 안전보장'을 제안했다.

당시 정황상 러시아의 안보 제안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허가 워낙 부각된 측면이 있지만, 사실 안보 제안의 핵심은 나토의 동유럽 전개를 '나토-러 협력·안보 기본협정'이 체결된 1997년 수준까지 축소하라는 요구에 있었다.

그러나 옛 소련의 위성국이자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이었던 △폴란드와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알바니아가 몽땅 나토에 합류한 데다, 소련 영토였던 발트해 지역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3개국도 나토에 가입했다. 이 밖에 슬로바키아와 클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등 1997년 이후 동유럽에서만 총 12개국이 나토 회원국이 됐다.

러시아 서부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국가 중 나토 영토가 아닌 곳은 맹방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뿐이다. 그런 우크라이나가 2008년 루마니아 부카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조지아와 함께 나토 가입 약속을 받아내자, 러시아 입장에선 안보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나토는 본래 냉전의 양축 소련의 안보 동맹 바르샤바조약기구와 대비되는 미국 및 서방 진영의 집단안보체제로, 주적은 러시아이며, 나토의 모든 동유럽 전개 병력 및 미사일은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등 동유럽 국가의 신규 가입 불허는 물론, 기 가입한 동유럽 국가에 전개된 나토 병력과 미사일을 철수하라는 게 푸틴의 요구다.

전쟁의 근본 원인으로 넘어가면 푸틴의 목표가 비단 크름과 돈바스 혹은 우크라이나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BBC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푸틴 대통령과 몇 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눈 뒤 "푸틴은 러시아 제국을 건설하길 원한다…그는 유럽내 '현상(status quo)'이라는 질서 자체를 자기 비전에 맞게 재정의하려고 한다"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면 군대를 이용하는 데 대해서도 거리낌이 없다"고 회고한 바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번 전쟁을 막지 못하면 유럽에 3차 세계대전이 난다"고 호소하는 것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비난하면서도 직접 개입에는 몸을 사리는 배경에도 이 같은 맥락이 있다.

 

◇누가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가  

다시 우크라이나 전쟁 자체로 돌아가면, 러시아는 개전 나흘 만에 시작한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미가입과 △크름(크림)반도 러 귀속 및 △돈바스 독립 지위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 인정 등을 합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평화 협상을 합의로 이끌어 전쟁을 멈추길 바라온 우크라이나는 국제사회의 안전보장을 전제로 한 중립국화와 나토 가입 단념을 협상 카드로 제시했다. 크름 등 영토 문제는 15년간 장기대화로 풀어갈 것을 제안했다.  

현재 기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이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 이번 전쟁이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지지율이 83%까지 급등했다는 (관영이 아닌) 독립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의 지난달 31일 조사 결과 발표도 있긴 하지만,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는 오랜 타격을 면치 못하게 됐다.

푸틴 대통령 역시 이날 연설에서 물류와 국제지급시스템 중단 등 제재로 인한 장기 영향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자국 경제가 10% 역(-)성장을 시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전쟁은 때때로 쉽게 시작되지만 항상 예측할 수 없고 끝내기 매우 어렵다는 건 전략상 교리(tenet)와도 같다"면서 "에티오피아와 팔레스타인, 카슈미르, 시리아, 예멘과 같은 곳에서 이 점이 증명됐다"고 평했다.

매체는 "이번 전쟁이 러시아의 군사적 패배로 귀결되면 푸틴의 권력 장악이 약화될 것이며, 이 경우 푸틴은 축출돼 법의 심판을 받거나 추방 내지 살해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푸틴은 파국을 막기 위해 역대 다른 지도자들보다도 더 열심히 싸울 가능성이 있다. 손실로 인식되는 건 뭐든 피하고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방 정보 당국에서는 이번 전쟁이 수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서방 지도자들이 이번 전쟁 기간 자의든 타의든 정치적 실리를 챙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계기로 서방 국가들과의 결속 강화 및 미국 리더십 부활에 성공했으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사임 위기를 모면했다. 푸틴과 젤렌스키의 '중재자'로 떠오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10일 재선 1차 투표를 거쳐 오는 24일 결선을 통해 재선 여부를 가린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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