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논란에 심상정 "역사 상처에 겸허해야"…진중권 "드라마는 드라마로"

JTBC 드라마 '설강화'를 두고 민주화 운동을 폄훼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가 상반된 의견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1일 페이스북에 '설강화' 논란 기사를 인용하며 "대체 이게 뭐 하는 짓들인지…한쪽에서는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고 난리를 치고, 다른 쪽에서는 간첩을 미화했다고 국보법으로 고발을 하고, 편은 다르지만 멘탈리티는 동일한 사람들, 둘 다 열린 사회의 적들입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로 봐라, 제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초석입니다"라며 "그 초석을 흔드는 자들은 단호히 배격해야, 도대체 무슨 권리로 다른 시청자들의 권리를 자기들이 침해해도 된다고 믿는 건지. 징그러운 이념깡패들의 횡포를 혐오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심상정 의원은 트위터에 "얼마 전, 전두환의 죽음에 부쳐 '전두환의 시대가 과연 끝났는지 우리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라며 "드라마 '설강화' 논란을 지켜보며 기우가 아닌 현실임을 깨닫습니다. 전두환 재평가에 이어 엄혹한 전두환의 시대까지 재평가하려는 시도에 비애를 느낍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심상정 의원은 "운동권에 잠입한 간첩, 정의로운 안기부, 시대적 고민 없는 대학생, 마피아 대부처럼 묘사되는 유사 전두환이 등장하는 드라마에 문제의식을 못 느낀다면 오히려 문제입니다"라며 "전두환 국가전복기의 간첩조작, 고문의 상처는 한 세기를 넘어 이어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피해자들이 살아 계십니다"라고 했다. 

이어 "엄혹한 시대에 빛을 비추겠다면, 그 주인공은 독재정권의 안기부와 남파간첩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땀, 눈물을 흘렸던 우리 평범한 시민들이 되어야 합니다"라며 "이미 '오월의 청춘'이라는 훌륭한 선례가 있습니다. 창작의 자유는 역사의 상처 앞에서 겸허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처음 방송된 JTBC 드라마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 분)와 위기 속에서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로(지수 분)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이 작품은 지난 3월 시놉시스 일부가 유출되면서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남자 주인공이 운동권인 척하는 간첩으로 설정된 점, 다른 남자 주인공이 안기부 팀장이지만 정의롭고 대쪽같은 인물로 묘사된 점 등을 지적하며 역사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당시 JTBC 측은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라며 "현재의 논란은 유출된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비롯됐고,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18일 첫 방송에서 남자 주인공 수호가 남파 간첩으로 설정된 점 때문에 논란은 더욱 거세졌고, 첫 회가 방영된 다음날인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드라마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이외 관련, JTBC는 21일 공식입장을 통해 "'설강화'의 극중 배경과 주요 사건의 모티브는 군부정권 시절의 대선 정국이고, 이 배경에서 기득권 세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정권과 야합한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설강화'는 권력자들에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던 이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창작물"이라고 밝혔다. 이어 "'설강화'에는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남녀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지난 1, 2회에도 등장하지 않았고 이후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신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는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오해의 대부분이 해소될 것"이라면서 "부당한 권력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억압받는 비정상적인 시대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제작진의 의도가 담겨 있다"라고 했다.

JTBC의 거듭된 해명과 반박에도 '설강화'에 대한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심상정 후보와 진중권 전 교수도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서 갑론을박이 계속 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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