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채수빈이 연극에 출연 중이다. © News1star/ 고아라 기자
서울=뉴스1스타) 유수경 기자 =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채수빈은 데뷔와 동시에 드라마 주연을 꿰차며 주목 받았다. 상큼한 미소와 초롱초롱한 눈빛,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력이 시청자들은 물론 방송 관계자들의 마음까지 단번에 사로잡기 충분했다.
'파랑새의 집' 이후 '발칙하게 고고', '구르미 그린 달빛'에 연이어 출연했고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는 유호정과 함께 주연으로 발탁되는 기쁨도 누리게 됐다. 특히 '구르미 그린 달빛'은 시청률 1위를 달리며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출연한 주·조연 모든 배우들이 주목 받았고 더 많은 기회를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채수빈의 행보는 독특했다. 가장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시기에 연극 무대에 서는 용감한 도전을 한 것이다. 그는 '구르미 그린 달빛'을 마무리 짓자마자 쉴 틈 없이 연극 '블랙버드' 팀에 합류했다.
공연 관계자에 따르면 채수빈은 지난달 18일 부여에서 진행된 촬영을 마무리 짓고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연극 리허설을 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더블 캐스트인 옥자연의 공연 관람, 그리고 다음날 프레스콜과 리허설, 첫 공연으로 이어진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게다가 '블랙버드'는 소아 성애자의 이야기를 다룬 다소 난해한 작품이다. 하지만 선택에 망설임은 없었다. 민감한 소재에 대한 우려보다는 시나리오의 매력에 집중한 채수빈은 덜컥 주인공 역할에 뛰어들었다. 상대역은 오랜 연기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배우 조재현이다. 캐스팅 당시 조재현은 "우나(극중 여자 주인공 이름)가 채수빈과 어울릴까" 하는 걱정도 했던 게 사실이다. 거칠고 불 같은 캐릭터 우나에 비해 채수빈은 너무 맑고 여린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수빈의 우나 연기는 색다른 매력을 뿜어냈고, 조재현 역시 깊은 만족감을 표했다.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고 티켓도 불티나게 팔렸다. 사실 두 사람은 남다른 인연이 있다. 과거 채수빈이 조재현의 연극으로 데뷔를 했던 것. 그래서인지 무대 위에서의 호흡도 남다르게 느껴진다.
채수빈이 '블랙버드'에서 연기하는 우나는 12세 때 겪었던 충격적인 사건에 얽매여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어느날 그는 한 남자를 찾아간다. 미성년자 성적 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수감생활을 마친 후 새 삶을 살고 있는 50대 남성 레이다. 레이는 우나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둘은 서로 왜곡된 기억의 조각들을 꺼내며 대립한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진실에 의문을 품게 된다.
채수빈은 천진하지만 앞뒤 없이 적극적인 아이의 성격과 외모에서 풍기는 가녀리면서도 슬픈 느낌으로 우나 캐릭터를 완성했다. 조재현과 채수빈은 서로 밀고 당겨주며 2인극을 짜임새 있게 완성했다. 결말까지 쉼 없이 달려가는 배우들의 에너지가 대단하다.
결론적으로 채수빈의 연극 출연은 '독'이 아닌 '약'이 됐다. NG가 허용되지 않는 무대에서 관객들과 호흡하며 길고 긴 대사를 내뱉어야 하는 험난한 과정을 이겨내는 경험은 쉽게 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채수빈의 기량이 상승하고 있다는 평가는 연기자로서 큰 폭의 성장을 일궈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블랙버드'는 오는 20일 막을 내린다. 채수빈은 MBC 드라마 '쇼핑왕 루이' 마지막회에도 특별출연해 존재감을 발휘할 전망이다. 평범하지 않아 매력적인 채수빈의 행보가 앞으로도 무척 기대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