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라미란이 힘들었던 시절을 덤덤하게 털어놨다. 연봉은 100배 넘게 늘었지만 그는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라미란은 14일 밤 11시10분 방송된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홍진경, 제시, 김숙, 민효린과 함께 15년 전 살던 자신의 신혼집을 찾았다.
신혼집은 허름했지만 정감이 넘쳤다. 라미란은 "15년 전에 여기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며 과거 결혼 사진과 함께 러브스토리를 읊었다.
라미란은 "당시 뮤지컬 '드라큘라' 할 때 (남편이)신성우 매니저였다. 매일 대기실에서 친구처럼 만났다. 내가 그때 목 부상을 당했다. 목에 피멍이 들었고 목소리가 안 나왔다. 응급실에 갔다 왔는데 남편이 발을 동동 구르고 괜찮냐고 챙겨주고 그랬다. 그 날 밤에 전화가 왔다. 좋아한다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신혼은 달콤하지 않았다. 남편의 사업은 침체기에 빠졌고 부부는 경제적인 난관을 헤쳐나가야 했다. 라미란은 "여기를 나갈 때 쯤에는 전기세도 못 낼 지경이었다. 그래서 아기를 낳자마자 친정에 더부살이를 시작했다"며 "배가 부른 채 겨울에 안 입는 옷가지 같은 걸 들고 벼룩시장에 가서 장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연극 배우로 수입이 아주 적었고 일정치도 않았던 터라 모아 놓은 돈도 없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사고를 쳤다. 라미란은 "TV뉴스에도 등장했다. 게임 머니를 수집해서 파는 일이 있었다. 그걸 남편이 같이 하겠다고, 몇 천 만원 빚을 지고 시작했는데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경찰이 들이닥쳐서 끌려갔다. 배가 부를 때였다"며 "돈을 벌고 싶어서 그랬던 거다. 그 마음은 알겠지만 만날 카드 회사에서 전화 오고 그랬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라미란은 "남편이 술을 안 마신다", "얼굴에 복이 잔뜩 붙어 있다", "언젠가 내가 아쉬운 소리할 날도 오지 않겠냐"라고 덧붙였다.
"빚을 다 갚았냐"는 질문에 라미란은 "아직 있다. 내가 돈을 번 지 얼마 안 됐다. '응팔'로 치면 그때까지 무명 기간이 22년이었다"고 답했다.
'슬램덩크' 멤버들은 놀랐다. 라미란은 "연봉이 100배 늘었다고 하는데 사실 100배도 넘게 늘었다. 무명 시절 연봉이 몇 십 만 원이었다. 1년에 20만 원 벌다 관둔 애도 있고 아예 출연료를 못 버는 애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연극 무대를 떠나 충무로에 자리잡기까지 과정도 쉽지 않았다. 예쁜 애들이 드라마를 하는 거라 생각한 라미란은 영화에 자신의 자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 배우 모집 광고에 지원했지만 연락이 없었다. 라미란은 "그러다 오디션을 볼 수 있겠냐는 전화가 왔다. 노출신이 있는데 괜찮겠냐고 해서 무조건 가능하다고 했다. 그게 '친절한 금자씨'였다"고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이후 단역으로 '음란서생', '괴물' 등에도 출연했다. 김숙의 말마따나 "다 본 영화인데 라미란을 못 본" 작품들이 수두룩했다. 영화 '댄싱퀸'은 그런 라미란이 처음으로 오디션 없이 섭외된 작품이었다.
멤버들은 라미란의 얘기에 금세 빠져들었다. 라미란에게 '무명부터 시작했는데 이제는 섭외를 거절할 위치까지 왔다.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다. 라미란은 "너무 올라왔다. 가늘고 길게 가는 게 목표인데 지금 너무 튀어나왔다. 이러다 망치질 당하는 거다"라고 자평했다.
한편 '언니들의 슬램덩크' 마지막 계주인 라미란은 남은 곗돈 200여만 원을 다 쓰겠다고 공표했다. 처음부터 '집 짓기'가 꿈인 그는 "만 원으로 음반 내고 5만 원으로 다큐 찍는데 집이라고 못 짓겠냐"고 제안했다.
그 외 이날 방송에서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홍진경쇼' 제작 이야기, 멤버들과 배우 안성기, 김민교의 만남도 전파를 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