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이 화제 속에 매주 토, 일요일 방송되고 있다. © News1star/ JTBC '송곳' 캡처 |
한 없이 불편하다. '송곳'의 이야기가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이유는 어제의 일도, 미래의 어느 날도 아닌 오늘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JTBC 금토드라마 '송곳'은 프랑스계 기업 푸르미 마트 안에서 일어나는 노사분쟁을 전면에 다루고 있다. 하루아침에 해고 위기에 몰린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이미 뉴스에서도 수십 번도 더 접한 조금쯤은 익숙한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송곳'은 뉴스 어느 한 꼭지로 스쳐 지나갈 법한 이야기를 깊숙하게 파헤치고 헤집어대고 있다. 노조를 만드는 걸 원치 않았던 대형마트 안에서 이수인(지현우 분)을 시작으로 비정규직들이 조금씩 뭉쳐나가고 있다
정규직 과장들은 윗선의 명령으로 비정규직 마트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나가도록 천대하거나 윽박지르고 모함까지 하는 등 '송곳' 속 이야기 전개는 드라마틱하다. 이쯤 되면 하나로 뭉친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악에 대항하듯 윗선에 반항하며 그들을 물치리는 권선징악의 전개로 갈 법도 하지만 '송곳'의 모양새는 그다지 드라마틱하지 않다.
그들은 한목소리를 내려 하지만 여전히 힘이 없고, 이런 분쟁이 이골이 난 기업은 노골적이고 잔인하게 이들을 와해시키려 하고 압박한다. 그러한 과정은 지지부진하고 치사하고 노골적이다.
'송곳'의 대립구도는 갈수록 팽팽하고 치열하게 서로를 몰아세우지만 시청자는 이를 드라마로 소모하기 어렵다. 푸르미마트는 우리가 오늘도 방문했던 것만큼 사실적이며 현실과 맞닿아있다. 그 안에는 나의 어머니와 친구, 직장 동료가 하루를 살고 있다.
마트 안에서 일어나는 분쟁과 압력은 이미 우리가 목격하거나 당해왔던 현실의 문제들이고,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일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송곳'은 불편하고 또 불편하다.
극 중 구고신(안내상 분)은 열정적으로 푸르미마트의 부당한 해고에 대항하는 이수인을 되레 진정시키려 한다. 그의 열정이 치기가 되는 순간 오히려 꺾이고 나약해질 것을 우려해서이기도 하다.
구고신은 '송곳'에서 누구보다 강하고 현명한 사람으로 나오지만 고문 후유증으로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평생 투석을 해야 하는 또 다른 나약한 인간이기도 하다. '송곳'이 궁극적으로 보여주는 지점은 그 안에 있다. 꺾이고 나약해 졌음에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송곳'이 주는 불편한 쾌감과 맞닿아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