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0주년을 맞이한 최백호는 '욕심이 없다'고 말했지만, 새 앨범 '불혹'은 욕심낼 만한 완성도를 지녔다.
최백호는 9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뮤지스땅스에서 40주년 기념 앨범 '불혹' 음악 감상회를 가졌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과 세월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듯 멋지게 생긴 주름은 최백호라는 가수를 친근하게 느껴지게 했다.
이날 최백호는 '불혹'의 타이틀 곡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바다 끝'을 비롯해 히트곡 '낭만에 대하여', 수록곡 '하루종일' 등을 들려줬다. 초반에 흐르는 강렬하면서도 힘있게 울리는 최백호의 음색은 듣는 이들의 심장을 두드렸다. 1950년생인 최백호의 목소리는 여전히 묵직했고 호소력이 짙었다.
기자들 앞에 선 최백호는 솔직하고 담백하게 '불혹'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기자들 앞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앨범을 20장 만들었는데 15장이 실패했고 다섯 장이 그나마 조금 알려졌다. 이런 자리가 어색하다. 적응이 잘 안된다"며 웃었다.
최백호는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것에 대해 "가수로서 더 욕심은 없다. 가수로서 이루고 싶은 것을 다 이뤘다고 생각한다. '불혹'이라고 앨범명을 지은 것 역시 그런 의미가 담긴 것이다"라고 말했다.
'불혹'은 에코브릿지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최백호는 "에코브릿지가 내가 가수를 시작할 때 태어났더라"라며 "에코브릿지와 많이 다투기도 했다. 내가 화도 많이 냈다. 에코브릿지도 불만이 많았을텐데 내가 나이가 많다보니 꾹꾹 참더라"라며 크게 웃었다.
에코브릿지는 "최백호 선생님과 음악 작업을 하며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서로 이야기도 많이 했다. 곡을 앨범에 실을 때 몇 번을 다시 불러봤다. 결국 어떤 곡은 제일 처음에 부른 곡으로 실었다"며 에피소드를 밝혔다.
최백호의 앨범에는 세월과 인생, 추억에 대한 철학적인 내용이 많이 담겼다.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시적 표현들은 뭉클하게 다가왔다. 최백호는 "몇 년 뒤면 70살이다. 사랑 이야기보다는 나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는거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앨범은 지난 2013년 ‘부산에 가면’으로 인연을 맺은 에코브릿지가 프로듀싱을 맡아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 데뷔 40주년을 맞이한 최백호의 음악적 발자취를 기념하기 위해 주현미, 뮤지컬 배우 박은태, 어반자카파 조현아가 참여했고, 앨범 재킷 디자인 및 비주얼 디렉팅은 나얼이 맡아 기성세대와 신세대 및 성별을 아우르는 가수들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앨범 발매와 함께 오는 11일, 12일에는 LG아트센터에서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