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에서 검거된 서울 서초구 세모녀 살해 용의자 강모(48)씨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15.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2012년 말 퇴직 후 아파트 담보 5억 대출받아
주식투자 실패 등으로 통장에 남은 건 1억3천만
경찰 "정상 생활하다 힘들어지니 못 이겨낸 듯"
'서초 세모녀 살해 사건'의 피의자인 강모(48)씨가 가족들을 살해한 이유는 주식투자 실패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6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컴퓨터 관련 회사를 다니던 강씨는 2012년 12월경 그만둔다.
강씨는 비슷한 시기 자신 명의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를 담보로 한 외국계 은행에서 5억원을 대출받았다. 강씨 명의의 아파트는 146㎡ 규모로 최근 매매가는 11억원 안팎이다.
직장을 그만둔 이후 아내 이모(43)씨에게는 실직 사실을 알렸으나 큰딸(13)과 작은딸(8)에게는 말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아이들에게 계속 직장을 다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서울 남부터미널 인근에 고시원을 얻어 낮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고시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선후배의 사무실에도 자주 오고갔다고 한다. 그러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니 고시원으로 갔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주식투자를 하고, 책을 보며 충전하기 위해 고시원에 들어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는 이 돈을 떼서 매달 400만원을 부인에게 생활비로 줬다. 나머지 돈으로는 주식투자에 나섰으나 2년간 2억7000여만원을 날렸다.
수중에 남은 돈은 1억3000여만원. 통장의 잔고가 줄어들고, 재취업도 힘들어지자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 남았다. 경찰은 이 불안감이 결정적인 범행동기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생활하다가 힘들어지니 이겨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날 오전 3~4시쯤 부인 이씨 등 자고 있던 가족들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강씨가 가족들에게 수면제 등 약물을 사용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밝혀낼 계획이다.
강씨는 범행 직후 자신의 혼다 어코드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강씨는 이날 오전 6시28분쯤 충북 지역에서 119에 전화를 걸어 "아내와 딸들을 죽이고 나도 죽으려고 나왔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이씨와 두 딸의 시신을 발견했다. 또 강씨가 쓴 메모 형식의 A4용지 2장 분량 유서도 발견됐다.
강씨는 '부모님보다 먼저 가는 것도 죄송한데 집사람과 애들까지 데리고 가는 죽을 죄를 지었다. 나는 저승에 가서 그 죄값을 치르겠다. 통장을 정리하면 좀 남는 것이 있을텐데 부모님·장인장모님의 치료비와 요양비 등에 쓰라'고 썼다.
경찰 조사결과 강씨는 범행 직전에 유서를 썼다. 가족들이 잠드는 것을 기다리다가 잠이 오지 않아 쓴 것이라고 강씨는 경찰에서 진술했다.
강씨는 이날 오후 12시10분쯤 경북 문경에서 붙잡혔다. 강씨는 붙잡힐 당시 저항하지 않고 체념한 모습이었다. 목숨을 끊기 위해 대청호에 뛰어들었지만 살아남았고, 왼쪽 손목엔 칼로 그은 흔적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강씨는 이날 오후 4시48분쯤 서초경찰서에 도착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는 않았으나, '가족과 함께 죽으려고 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여 시인했다.
경찰 조사에서 강씨는 범행 일체를 시인했다.
경찰은 강씨가 부인과 상의하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계획적 범행인지, 우발적 범행인지는 추가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씨가 사전에 계획을 세웠다면 119에 신고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강씨는 우울증 등 정신병력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강씨의 가족들도 경찰 조사에서 "(강씨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강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도주 이유 등을 추궁한 뒤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