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시민들, 실탄 발사에 '분노'…"살인자" 비난 쇄도
지난달 두차례 이어 세 번째 발사…시위에 기름 부을듯
홍콩에서 11일 오전 출근 시간 경찰이 반(反)정부 시위를 하던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포했다. 지난주 시위 도중 대학생 한 명이 높은 곳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은 지 며칠 만에 경찰이 실탄까지 발사하면서 홍콩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AFP 통신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이날 오전 7시20분쯤 사이완호의 횡단보도에서 복면을 쓰고 있던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다른 시위대가 접근하자 실탄을 발사했고 총을 맞은 사람은 왼쪽 옆구리를 잡고 쓰러졌다.
이후 또 다른 시위대가 접근하며 실랑이가 발생하자 실탄 두 발을 이어 발사했다. 다만 이 두 발이 명중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장면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생하게 전 세계에 전달됐다. 경찰이 땅에 쓰러진 두 사람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먼저 쓰러진 사람은 피를 흘리고 있었고 수갑을 채우기 위해 몸을 움직이자 축 처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두 번째 쓰러진 사람은 의식이 있는 상태로 말을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경찰은 해당 지역을 봉쇄했으나 분노한 시민들은 경찰을 향해 "살인자"라고 비난했다. 경찰은 후추 스프레이 등을 뿌리며 분노한 시민들을 저지하고 있는 중이다.익명을 요구한 경찰의 한 소식통은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사이완호에서 한 명 이상의 시위대에 실탄을 발포했다는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은 트위터를 통해 경찰의 실탄 발사에 대해 "독단적인 학대자가 억압되지 않으면 그들이 이웃에서 무고한 젊은이들을 향해 총을 쏘는 것을 보고 나서야 우리는 그것을 깨닫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홍콩에서 역사학자이자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위탁헌도 트위터에 영상과 사진을 게재하며 "영상을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며 "비무장 시위대를 향해 과도하게 무력을 사용한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포한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지난달 1일에는 취안완 구에서 시위대의 공격을 받던 한 경찰관이 권총을 발사해 시위대 중 한 명이 가슴에 맞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수술을 받았고 이후 기소됐다.며칠 뒤에는 14세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다리를 맞아 부상을 입었다. 소년 역시 수술을 받은 뒤 폭동 혐의로 기소됐다.아울러 지난 4일에는 홍콩과기대학 2학년 학생이 시위에서 경찰의 최루탄을 피하려다가 주차장 건물에서 추락했다. 두 차례의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숨을 거두면서 홍콩 시위에서 최초 사망자가 발생했다.복면을 한 여러 시위대는 이날 오전 지하철 등 여러 곳에서 산발적으로 시위를 이어갔다. 콰이퐁 역에서는 지하철 내에서 화재가 발생해 역이 폐쇄됐고, 항하우 역에서는 시위대들이 광고판과 게이트를 부수고 고객 서비스 센터에 소화기를 뿌리기도 했다.이에 홍콩중문대학은 "대중교통 이용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수업을 취소했다. 이어 직원들에게 안전하게 출근할 수 없다면 출근하지 말고 조심히 안전한 곳에 머물 것을 촉구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