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 News1>
서 회장 "남에게 물건 맡겨선 안된다…中 직접경영" 강조
"아모레퍼시픽이 출시한 제품은 여성용 마스카라만 빼고는 직접 다 써봅니다. 마스카라는 실력이 없어서 못하지만 네일 제품도 다 발라 봐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52)이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 '뷰티 사업장' 준공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서 회장은 이 한 마디로 당시 화기애애한 간담회 분위기를 이끔과 동시에 날카로운 경영철학을 드러냈다.
서 회장은 지난 1992년부터 120번 이상 중국행 비행기를 타고 현지 사업장과 연구소를 일일이 챙겼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결실을 거두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중국의 지난해 매출은 46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4% 성장하며 예상보다 높은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면세점 채널도 203%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오는 2020년 중국에서만 3조원 이상 매출을 달성하고 글로벌 사업 비중을 50% 넘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 철저한 中 현지조사…현지 특화제품 쏟아져
아모레퍼시픽은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선양지사를 설립하며 중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서 회장은 당시 아모레퍼시픽이 국내에서는 1위 화장품 회사였지만 안일함에 빠져있었다고 회고한다. 다국적 기업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변화가 절실했다.
중국에서는 초심으로 돌아가 시장을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중국 6대 의과대학과 함께 10년 이상 중국인들의 피부변화와 특징을 연구했고 결과에 따라 제품과 전략 방향을 수정했다. 중국 대표주자 중 하나인 마몽드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 123종 중 현지 특화제품은 53%에 이른다.
라네즈는 중국 현지제품으로 먹는 화장품인 콜라겐 드링크를 내놓았다. 화장품의 영역을 확장해 단순 외모를 가꾸기 위해 바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챙기겠다는 것이다.
서 회장 특유의 꼼꼼함은 화장품 유통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중국 현지 대리상을 통해 매출을 빨리 부풀릴 수 있는 방법도 있었지만 긴 호흡으로 직접 현지경영을 추진했다.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했다는 뜻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에서 첫 흑자가 난 것은 진출 15년 만인 2007년이었다.
서 회장은 최근에도 임직원들에게 중국 사업과 관련된 방향을 거듭 제시한다. "중국은 더 이상 제조 중심 국가가 아닌 서비스 중심 국가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단순하게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맡겨서는 안됩니다. 소매점 상품의 적절한 구성, 매장 집기의 디자인, 진열 방법까지도 계속 연구해야 합니다. 방문판매, 백화점, 아리따움, 에뛰드, 이니스프리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 랑콤도 베끼는 아모레퍼시픽…뛰어난 R&D 역량
아모레퍼시픽은 'K뷰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최근 글로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해외 브랜드와는 완전히 다른 상품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는 서 회장의 말처럼 설화수는 동양의 미(美)를 살린 브랜드다. 설화수 스테디셀러 제품인 윤조에센스는 단일 품목 중 최초로 매출 1조원 돌파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세계 최대 화장품 그룹인 로레알도 아모레퍼시픽의 성공을 따라하고 있다. 최근 로레알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랑콤은 아모레퍼시픽의 히트 상품인 '에어쿠션'을 모방한 제품을 출시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주차확인 도장'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제품으로 선크림부터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등 기초 메이크업 제품을 한 번에 바를 수 있다.
서 회장이 "지난 100년간 화장품 산업에는 10번 정도의 새로운 혁신 사례가 있었는데 아모레퍼시픽이 만든 쿠션 제품은 그 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제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까지 성공을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서 회장이 전면에 내세우는 말도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동양적인 미의 창조자)'란 단어다. 동양의 아름다움을 살려 기존과는 다른 미(美)의 가치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다.
올해도 아모레퍼시픽은 '혁신 DNA'를 위한 투자를 계속한다. "지난 1954년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연구실을 개설한 이후 끊임없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왔습니다. 올해에도 평균 3% 내외의 R&D 투자 비중을 유지할 예정입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과 견줄 만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고객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름다움을 선보이겠습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