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빈
강 변호사, UW ‘북소리’서 이민사 중요성 강조
한인이민사편찬회 사진, 문서 등 한인이민자료 수집
한인이민사편찬회(KAHS) 회장인 멜빈 강 변호사가 지난 21일 워싱턴대학(UW) ‘북소리’ 행사에서 펼친 강연은 ‘한인 이민역사’가 미주 한인사회 전체는 물론 개인에게도 얼마나 소중한
지를 일깨워줬다.
강
변호사는 이날 강연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가 두 가지 있다”고
실토하고 그 첫 번째가 바로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생각해보니 내 뿌리를 알고, 내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였다”면서 “비록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어를 배우지 못했던 것이 나의 가장 큰 잘못이자 실수였다”고 말했다.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는 그는 이미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지만 요즘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열심이다.
강
변호사가 말한 그의 두 번째 실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생전에 그들의 경험을 충분히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고국을 떠나 살고 있는 이민자들의 입장에서는 가족이나 개인의 경험 등이 모두 이민 역사가 된다”면서 “언어의 장벽이나 먹고 사는 문제 등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등으로부터 그들이 경험했던 역사나 삶의 이야기를
많이 듣지 못한 것이 정말로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한인
이민 3세인 강 변호사의 할아버지는 미주 최초의 한인 이민자로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 밭에 노동자로 왔다. 이어 얼굴을 직접 보지 않고 한국에서 보내오는
사진만 보고 결혼을 결정했던 ‘사진 신부’를 통해 결혼했다.
강
변호사는 이날 강연에서 “할머니가 하와이로 왔지만 언어도 안되는데다 살기가 힘들어 자식들을 데리고 다시
한국으로 갔다가 몇 년을 산 뒤 다시 캘리포니아로 들어오는 등 우리 가족의 이민사도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1940~1950년대 한국인은 물론 아시안들은
미국에서 주민들의 반대로 주택을 구입할 수도 없었다면서 당시 가해졌던 ‘아시안 차별’ 등에 대해서도 밝혔다.
1960년대부터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싸운 인권변호사로 유명하며 1993년부터 25년째
한인생활상담소에서 무료 법률상담을 해오고 있는 강 변호사는 “한인이민사편찬회가 올해 미국 국립 인문학 재단(NEH)으로부터 1만2,000달러의 그랜트를 받았다”면서 “현재 한인 이민사를 보여주는 사진이나 문서 등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이민사편찬회는 오는 9월 페더럴웨이 한인회와 시애틀 연합장로교회에서
한인 이민사자료를 모으는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이날 북소리 강연에는 한인이민사편찬회를 창설했던 이익환 전 회장과 김형찬 전 웨스틴워싱턴대학(WWU) 교수 등도 참석해 한인들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