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만 요셉(캄보디아 하비에르학교 홍보대사)
이백만씨는 언론인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시기였던 지난 2006년 2월부터 그 해 11월까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을 지냈다. 환갑을 넘은 나이지만 현재 가톨릭교리 신학원에 재학중이며 캄보디아 하비에르 학교 홍보대사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시애틀에 자신의 초등학교 스승과 언론사 후배가 살고 있어 적지 않은 인연을 갖고 있는 것을 계기로 평화신문에 기고하고 있는 칼럼을 시애틀N에도 함께 게재하기로 했다. /편집자註
절간의 고기 반찬·성당의 스님 사진
14일은 초파일, 석가 탄신일이다.
3년 전 캄보디아 체험 이후 이날이 오면, 예수님과 부처님의 ‘유쾌한 만남’이 내 머릿속을 꽉 채운다. 그리고 그때를 떠올리면서 배시시 웃기도 하고, 두 분의 가르침을
되새기면서 묵상에 잠기기도 한다.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에서 불교, 이슬람, 가톨릭 세 종교 대표자들이 나무 심기 환경 캠페인을 함께
하고 나서 사찰을 방문했다. 스님의 점심 초대를 받아 식사하러 간 것이다.
나는 그날의 점심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식탁에 오른 음식을
보고, 내 눈을 의심할 지경이었다. 심각한 문화 충격이었다.
“아니, 이게 뭐야? 물고기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절간에서 고기 반찬에 점심을?”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남방불교 스님들은 육식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의
사고는 완전히 한국에 갇혀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스님들이 모처럼 맞이하는 가톨릭 손님들을 위해 온갖
맛있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차려주었는데,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다니!
음식을 함께 먹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친교가 있을까? 그날 이후 찌어소빈 스님과 가비 신부님, 두
분의 협력 사업이 잘 풀려나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탁발을 중요한 수행으로 삼고 있는 남방불교에서는 스님들은 반드시 탁발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동냥 밥을 먹는 처지에 찬밥 더운밥, 채소 고기 가릴 수 없다. 중생이 주는 대로 받아먹어야 한다. 부처님도 탁발을 했고, 육식을 했다. 남방불교의 육식 전통은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세계적인 관광지 앙코르와트가 있는 캄보디아
북부의 관광 도시 시엠립. 그곳에 가면 예수회센터(Reflection
Centre)가 있다. 센터의 문을 지나 성당 쪽으로 들어가면 언뜻 보기에 부처님처럼 생긴
커다란 석상이 두 개 있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부처님이 아니다.
석상의 주인공은 옛 크메르 제국의 왕인 자야바르만 7세와 왕비 인드라데비였다.
신부님에게 따져 물었다. “성모상이 있어야 할 자리 같은데…. 왜 이곳에 이런 사람이…. 자야바르만 7세는 크메르 제국 시절 불교를 중흥시킨 분이잖아요?”
신부님의 설명을 듣고 내 생각이 짧았음을
알았다.
“자야바르만 7세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여기는 지도자입니다. 인권과 복지, 특히 여성 인권과
아동 복지에 혁혁한 업적을 이룩했어요. 예수님 사랑을 실천한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예수님 아닐까요?”
센터의 성당에 들어가서는, 한 번 더 놀랐다. 미사를 드리는 성전 내부의 안쪽 벽에 스님 사진이 커다랗게 걸려 있는 게 아닌가! 2007년에 입적한 마하 고사난다 스님. 티벳에 달라이 라마가 있고
베트남에 틱낫한이 있다면, 캄보디아에는 고사난다가 있다고 할 정도로 생전에 활불(活佛, 살아있는 부처)로 통했던 인물이다.
바탐방 불교대학을 찾았을 때에는, 정말 보기 드문
광경을 목격했다. 신부가 되기 위해 수도원에 들어갔다가 ‘사제의
길’을 내던지고 20여 년째 평신도 평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인이 있다기에 찾아갔었다.
오후 늦은 시간이어서인지, 로버트
밥(Robert Bob)은 사무실에 없었다. 그를 만난 곳은
화장실이었다. 영어와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가 밀걸레로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었다. “나의 진짜 업무는 화장실 청소”라며 너털웃음을 웃는 로버트 밥이
천사처럼 보였다.
종교 간 협력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진귀한 체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