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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 톱 여배우가 고백한 뜻밖의 고민(인터뷰)



배우 엄정화는 영화 '미쓰 와이프'(감독 강효진)에서 극과 극의 캐릭터를 보여준다. 승소율 100%를 자랑하는 도도하면서도 인정이 없는 성공 지향적 변호사였지만 하루 아침에 남편의 사각 팬티를 입고 잠들었다 깬 주부가 되고, 그 모습에 충격을 받은 듯 몸서리 치게 현실을 부정하고 만다. 미쓰와 와이프의 간극 만큼이나 동떨어진 코믹한 주부 엄정화의 모습은 좀처럼 상상하기가 어렵지만 언제나 그래왔듯, 그는 연기의 관습을 넘어서고 한정된 캐릭터로만 수렴되지 않는 배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그의 현재 타임라인 눈금은 아마 3막 어디 쯤을 가리키고 있지 않을까 싶다. 무대 위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별에서 생의 희노애락을 그리는 스크린의 여배우로, 우리 모두에게 그의 삶 대부분은 가수와 배우로 기억되고 있다. 데뷔 이후 기록적인 대표곡과 대표작을 만나고서도, 충무로에서 원톱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여배우 위치에 올라서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때가 올 수 있다며 기회를 소중히 여긴다. 그만큼 자신의 업을 즐기고 사랑하는 까닭에 연이은 인터뷰에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웃음이 넘치는 것일 터다. 

문득 모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위치에 서 있는 이의 고민과 다음 목표는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시대의 단면이 집약된 아이콘이라 불리고 쟁쟁한 스타들에게도 롤모델로 꼽힐 만큼, 모든 엔터테이너들의 상위 범주에 속한 그이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매우 특별할 것이라 추측했던 엄정화의 고민은 배우로서 지향하는 근본적인 목표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제서야 배우로서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적절한 때를 기다린다고 했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엄정화의 3막이 훗날 어떻게 기억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Q. 남자 배우 위주의 영화가 많은 현재 충무로에서 원톱 주연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여배우로 꼽힌다. 그만큼 영화를 끌어갈 수 있는 자신감이 있는 여배우이지만,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 같다.
 
A. 워낙 연우 캐릭터가 메인이라 부담감이 없진 않았다. 이런 얘기를 맡아서 할 수 있는 건 마냥 좋다고 표현할 수만은 없을 만큼 무게감이 있기도 했다. 영화가 잘 돼야 한다는 부담감은 촬영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덜했지만, 개봉 시기가 다가오니까 좀 느껴지는 것 같다.

Q. 연우는 잘 나가는 변호사였다가 하루 아침에 주부가 돼 버리고 만다. 같은 인물이었지만 주변 환경이 너무 달라져 버린 탓에 1인 2역의 느낌도 났을 것 같은데.
A. 어떻게 보면 정말 1인2역이기도 하다. 나는 주부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날 원래처럼 엄마로 대하니까. 그래도 주부였을 때가 그래도 연기하기엔 즐거웠다. 재미있게 할 수 있었던 연기였다. 극 중 이소장(김상호 분)이 찾아 올때마다 실제로 긴장하기도 했다니까? (웃음)

Q. 연우의 과거가 초반 디테일하게 묘사돼 있기도 하다. 그런 과거 이야기가 연우를 이해하고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을 것 같기도 하다. 
A. 그렇다. 연우를 볼 때 여태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 시간들을 견뎌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더라. 실제로도 그런 결핍 때문에 한을 품거나 상처를 받은 채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남자와 사사로운 정은 백해무익이라고까지 생각하는 그런 아픔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 그만큼 약하고 외로운, 소외받고 관심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인물인 것 같더라.

Q. 연우는 성공한 여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많은 이들이 연우와 엄정화의 캐릭터 사이의 거리감을 느낄 것 같진 않다. 
A. 하하. 결혼 얘기인가. (웃음) 결혼은 아마 내 인생에서 아직까지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 것 같다. 내게는 결혼에 대한 환상이 크게 없었다. 어릴 적 정말 행복한 가정을 보고 자라왔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안 계셨지만 어머니, 형제들과 행복하게 살아왔다. 오히려 그런 행복이 당연시되는 환경에 있다 보니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갖진 않았던 것 같다. 다만 확신이 필요했다. 어디서든 찾기가 힘들더라. 확신을 가져볼 기회도 없었고 놓쳐서 후회되는 사람도 없었다.



배우 엄정화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미쓰 와이프'로 배우 송승헌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털어놨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Q. 결혼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편에 속하는 편인가.
A.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외롭지 않나. 나도 때로는 의지하고 싶다. 왜 내 편이 없을까 싶을 때도 있다. 내 편이 될 수 있는 성환 같은 남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환상이지 싶다.

Q. 송승헌이 연기한 성환 캐릭터가 현실 남편이라기엔 판타지에 가깝다는 평도 있다. 
A. 원래 주부들이 살 수 있는 힘이 남편한테 있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연우에게 그 모든 시간이 준비된 거다. 연우에게 적당한 남자가 누구일까 생각해봤을 때 성환 같이 가정적이고 따뜻한 남자가 필수적이었다. 밖으로만 나돌고 술도 자주 먹는 남편이었다면 연우가 가정에 미련을 갖지 않았겠지. '그런 남편이 어디있냐'고 하지만 그런 남편들도 있더라. (웃음)

Q. 송승헌이 성환 역을 위해 시나리오 이상의 코믹 연기를 준비해왔다고 하던데. 
A. 송승헌은 정말 웃기고 싶어 했다. 재미있어 보이고 싶어했고, 자기를 내던지고 싶어 하더라. 하하. 그런데 스스로도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었을 거다. 영화가 개봉됐을 때 배우로서는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는 마음에 부담감이 컸을 거다. 그래도 배우한테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열정을 너무나 좋게 봤다.

Q. 송승헌 뿐만 아니라 박서준, 이재윤, 이동건 등 연하 배우들과의 호흡에 있어서도 부러울 만큼 케미스트리가 좋다. 또 그 엄정화와 함께 하는 남자 배우들이 정말 돋보일 수 있는 비결은 뭘까.
A. 그렇게 봐주셨다면 정말 다행이다. 모든 배우들이 자기 위치에서 정말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 배우를 받쳐줄 수 있을 때는 받쳐주고 그 배우와 함께 시너지를 만들어 내야 한다. 뭔가 같이 가야겠다고 마음을 열어야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묻히면 안 되는 거다. 이게 어렵지만 잘 해야 한다. (웃음)




배우 엄정화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결혼에 대한 솔직한 생각과 부모님에 대한 사랑에 대해 고백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Q. 엄정화는 현장에서 어떤 선배인가. 아역 배우들을 동료로 생각하며 촬영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A. 실제로 정말 까다롭고 엄한 선배다. 그래도 아이들은 정말 예쁘더라. 신애도 굉장히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친구다. 아주 어릴 때부터 봐왔던 아이였는데 어느새 그렇게 컸더라. 참 세월이 빠르더라고. (웃음) 신애가 미래를 고민하는 것도 내 어릴 때와 별반 다르지 않더라. 힘이 돼주고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고 싶었다.

Q. 전작에서 엄마 역할을 많이 맡았었다. 전작에서와 달리 모성애도 강했고 자식들과 감정 교류를 하는 장면이 많았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이번 역할은 어땠나. 
A. 이전의 엄마 역할과는 정말 달랐다. 아이와 정이 쌓이다 보니까 정말 그냥 엄마가 돼 버리더라. 이웃이 부당한 일을 당하는 것도 그렇지만 아이가 부당한 일을 당하면서 더 어느샌가 아이를 생각하게 된 마음도 생긴 것 같다.

Q. 연우는 극적인 상황을 계기로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실제로 엄정화는 연우와 비슷했을까, 혹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 편이었을까. 
A. 후자였던 것 같다. 첫사랑에 실패하고 너무 마음이 아파서 운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엄마 때문에 더 눈물이 났다. 사랑을 해보니까 더 느껴지더라. 엄마의 슬픔이. 사람이 각자 아픈 게 있는데 여자로서 엄마를 바라보니까 조금은 알겠더라.

Q. 엄정화의 고민은 뭘까.
A. 분명히 시간이 지나는 만큼 변하는 게 있다. 그 변화에 맞춰서 지금까지 해오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기회가 주어질까 고민하게 된다. 또 고민하는 시간만큼 작품에 얼마나 녹일 수 있을까, 그런 깊은 맛을 내는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이 크다.



배우 엄정화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여전히 배우로서 고민하고 있는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Q. 여전히 배우로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새롭다. 
A. 살아오면서 마음이 더 깊어지고 풍성해 지는데 감정도 더 세심해 진다고 해야 할까. 예전 보다는 지금이 더 배우로서는 더 많은 걸 표현해볼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더 다양한 역할을 맡아 보고 싶은 게 더 커지는 것 같다. 배우로서 시나리오가 크건 작건 간에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것들, 표현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좋다 그런 걸 기다린다.

Q. 많은 후배들이 엄정화를 롤모델로 꼽고 있다. 그런 후배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A. 언젠가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에서는 앞을 보면서 따라갈 수 있을 만한 롤모델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배우로서도 또래 중에서 최전방에서 모든 걸 극복하고 혼자 해나가는 편이었다. 이젠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말해주니까 말도 잘 해야겠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더 잘해달라는 말로도 들린다. 그런 게 힘이 되면서도 무게감도 느껴진다.

Q. 데뷔 이후 긴 공백기 없이 언제나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음 스텝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추진력은 뭘까. 
A. 다행히도 일이 정말 끊임 없이 주어졌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면 어쩔 수가 없는 건데 기회가 주어져서 끊임 없이 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두려움을 많이 갖는 편이 아닌 데다 뭐든 해보자는 주의라 직접 부딪쳐서 얻는 게 많았다. 사실 예전에 내가 봐도 연기가 부족했던 때가 많았는데 다행히 그 시간들을 잘 지내온 것 같다. 내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해서 겁이 났을 때도 작품이 주어졌는데 작품을 통해 극복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Q. 지금 인터뷰가 막바지인데 지쳐 보이지 않을 만큼 생기가 넘치는 것 같다. 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프로는 다르고, 역시 엄정화는 다르다는 생각도 든다. 
A. 즐기지 못하면 정말 너무 힘들다. 이 일이 난 너무 재미있는 것 같다. 그래서 쉽게 지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에너지가 떨어져서 몸이 힘든 거지 일을 하면서도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난 내 일이 너무 좋다.

 

배우 엄정화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거듭되는 작품을 이어갈 수 있는 추진력에 대해 고백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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