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지사 "돈 전달 일시·장소 공개하면 일정표 제출"…검찰 "이미 다 파악했다"
1억원의 로비자금이 전달된 시기와 장소를 두고 검찰과 홍준표(61) 경남도지사 간 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홍 지사는 검찰이 돈을 받은 일시와 장소를 특정하지 않으면 일정표를 제출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먼저 일시를 공개하라고 심리전을 벌였다.반면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 주변인물들로부터 돈을 준 일시와 장소를 모두 파악한 검찰은 기소에 자신감을 내비쳤다.12일 검찰에 따르면 성 전회장의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지난 8일 홍 지사를 소환한 뒤에도 홍 지사 주변 인물들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보강 조사를 하며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다. 검찰은 참고인 조사를 이번 주 초까지 마무리한 뒤 이번 주 중 홍 지사의 신병처리 수위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지난 8일 피의자 신분으로 한차례 조사를 받은 홍 지사는 무대를 장외로 옮겨 검찰과의 본격적인 심리전을 벌였다.홍 지사는 11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정표를 아직 검찰에 제출하지 않았다"며 "전달자(윤 전부사장 지칭)가 말을 지어내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일시·장소를 특정하지 않으면 내 일정표를 제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또 "일시, 장소 등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정표를 제출하면 윤 전부사장이 일정표에 맞춰 돈을 줬다고 해버리면 도리가 없다"며 "검찰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윤 전부사장을 못 믿어서다"라고 덧붙였다.이어 "(일정표가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는 변호사 사무실에 있다"며 "언제라도 돈 준 날짜와 장소가 특정되면 제출할 수 있다"고 검찰에 제안했다.특히 홍 지사는 검찰이 앞선 소환조사에서 자신에게 돈 받은 날짜와 장소를 묻지 않은 부분을 지적했다.그는 "범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장소가 특정되지 않으면 공소 유지를 할 수 없다"며 "검찰에서는 '뻔한데 왜 묻느냐'는 식으로 밝혔지만 피의자를 불러서 일자·장소도 물어보지 않을거라면 피의자를 왜 부르냐"며 검찰을 몰아세웠다.과거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했던 검사 출신 홍 지사의 수싸움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홍 지사는 성 전회장과의 만난 시기에 대해서도 검찰과 다른 주장을 펼쳤다.홍 지사는 "2011년 7월4일 한나라당 대표에 당선된 후 10월까지 성 전회장을 만난 기록이 없다"며 "일정표를 보니까 2011년 11월2일 성 전회장이 윤 전부사장을 데리고 찾아와서 윤 전부사장을 가리키며 자기 고향후배이니 정치적으로 키워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주장했다.이어 "2012년 12월 도지사 재보선 때 공보지원단장을 했던 박주원 전 안산시장이 성 전회장과 통화하면서 (성 전회장 측이) 마치 윤 전부사장을 통해 도지사 재보선에 큰 거 한 장을 전달해 준 것으로 나오는데 그 자세한 진술서를 지난달 30일 검찰에 제출했다"며 "오히려 검찰이 박 전시장을 불러 조사해 줬으면 좋겠다"고 역공을 펼쳤다.홍 지사는 이밖에도 연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해명하며 검찰과 장외투쟁을 이어갔다. 반면 검찰은 차분한 입장으로 홍 지사의 심리전에 말려들지 않는다는 입장이다.수사팀 관계자는 돈 전달시점에 대한 홍 지사의 동선이 확인됐는지에 대해 "객관적 자료를 다 확보했다"며 "그 당시에 특정장소의 사진까지도 수집하는 등 방대한 자료를 확보했기 때문에 객관적 동선과 관련해서는 시비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또 검찰이 홍 지사를 불러 돈 받은 날짜와 장소를 묻지 않은데 대해 "이번 건과 관련된 일시, 장소 등을 홍 지사에게 추궁할 이유가 없다"며 "일시와 장소를 특정하지 않고 특정인을 소환하지 않는다. 모든 일정과 동선, 모든 것들을 복원하고 그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잠정 확신이 들 때 의혹 대상자를 소환한다"고 설명했다.수사팀 관계자는 "윤 전부사장이 일관되고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다. 언론 인터뷰 내용이나 또는 여러가지 루트를 통해 주변인에게 이야기했던 것보다 더 상세하고 견고하게 조사가 진행됐다"며 윤 전부사장 진술의 증거능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그동안 수사보완을 위해 수사와 관련한 특정 언론 보도나 외부의 의혹 제기에 대해 일체 대응을 자제했던 수사팀으로서는 이례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다.이는 검찰이 공소유지를 위해 윤 전부사장이 진술한 구체적 돈 준 일시와 장소를 홍 지사 측에 공개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맥락으로 검찰은 홍 지사와 윤 전부사장을 대질조사 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홍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대질은 수사의 정도라며 검찰을 맹비난했다. 결국 결정적 패를 쥐고 있는 검찰로서는 홍 지사 측에 자신의 패를 보여주지 않고 있는 셈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