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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홍 칼럼] 조목조목 따져라



대니얼 홍(교육전문가)

조목조목 따져라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온 한인 학생들을 향한 교수들의 평가는 이렇다.

성실하게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에는 감동 받지만 그들이 제출한 과제물 논문을 읽고 나면 실망을 금치 못한다.” 

자신의 주장을 또렷하게 설정하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관철시키기 보다 남의 이론과 견해에 쉽게 동의하거나 공감하는 타인 지향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조목조목 따져가며 비평과 도전을 하기보다 우선적으로 남의 생각에 동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식은 수준급이지만 설득에 필요한 논증이 빠진 이유가 무엇일까

논증을 요구하는 수사법(rhetoric)에 약한 것은 환경적 요소가 한몫 한다. 생각하는 기술 훈련에 중점을 두기보다 암기를 통한 지식 습득과 시험 결과에 가치를 두는 환경에서는 22000 단어집을 모조리 외어 SAT에서 고득점을 얻으면 칭찬을 받는다

그리고 평소에 사용하지도 않는 단어를 암기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따지면 차가운 시선만 돌아온다.

윗사람 아랫사람을 철저하게 구분하며, 단체 의견을 중요시 여겨 화합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개인 의견을 묵살하고, 의견 충돌을 죄악시여기는 환경에서 과연 자유로운 비평과 도전이 설 자리가 있을까

GM 자동차의 슬로운 회장은 이사회에서 어느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면 그 결정을 취소했다. 반대 의견이 없다는 것은 제시된 안건에 상상력이 빠져있고, 도전 정신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런 비평과 도전의 부재 이유를 일본의 기상 물리학자 슈쿠로 마나베는 문화적 차이에서 찾았다. “아시아 문화는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일에 관해 열어놓고 토론, 비평하기를 꺼려한다

그런 미묘한 문화적 차이가 과학과 의학 분야에서 다른 어느 나라보다 미국이 더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데 관계가 있다

교육 환경이나 시스템으로 따지면 미국은 OECD에 속한 나라들 가운데 하위에 처져 있고, 연구 시설과 지원금이 차고 넘치는 것도 아니며,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위한 정부의 특별한 정책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미국의 연구 분위기 즉, 동료의 이론이나 연구 결과를 놓고 비평과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둔 것이 결정적으로 한몫 했다. 학술지가 그렇고 학회가 그렇다. 학술지에 논문이 실리면 누군가 반대의견을 내놓고 열띤 공방을 벌인다. 동의하지 않겠다는 것을 동의하고 비평과 도전을 퍼붓는다

그것이 바로 연구자의 이론과 초점을 날카롭고 명확하게 만들도록 동기부여를 준 것이다.

길거리에서 주먹 다짐을 하거나 교통 사고가 나면 합의를 통해 일단 해결하는 것이 한국적인 정서지만, 그런 일로 벌어진 잘잘못을 법적으로 조목조목 따져서 해결하는 것이 미국스런 행동이다. 대학 선택에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따지는 버릇을 지닌 학생은 지원 대학의 환경 즉, 장학금 내역ㆍ교수 대 학생 비율ㆍ캠퍼스 범죄ㆍ정치적 성향ㆍ날씨ㆍ봉사와 클럽 활동 등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일일이 비교한 후 정하지만, 일단 합격하고 보자는 학생은 대학 랭킹으로 모든 것을 결정한다.

그것은 마치 옷을 구입하러 가서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ㆍ색깔ㆍ가격만 보고 자신의 몸에 맞는 사이즈인지, 어울리는 스타일 같은 실용적 가치를 무시하는 것과 같다

겨울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 대학 새내기가 다음 학기에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바로 대학 선택시 조목조목 따져보지 않은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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