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래 시인
*인의예지를 묻다
김양,
새해 새 음식처럼 새 마음을 먹어
보지만
양고기 같은 작심인데도 세 끼니
더는 먹지 못하오
평생 풀만을 곱씹어 불만이 없는, 자기들로 측은지심을 배우리까
이양,
새 마음을 갖는 것은 새 이름을
짓는 거와 같다지만
의로운 얼굴인데도 우리는 사흘을
더는 지니지 못하오
평생 가축으로서 갖춘 가죽을, 건네고 갈 자네들로 수오지심을 느끼리까
박양,
새 마음을 걸치는 것은 새 옷을
입는 거와 같겠지만
늑대의 탈이 아닌데도 예복처럼 한
옷을 한 이레 더는 입지 못하오
일생 탈을 빼앗기면서 또 같은 털을, 걸치는 당신들로 사양지심을 깨우리까
최양,
새 신발을 신는 거와 새집에 드는
것은 같다고 보오만
헌 집과 헌신발의 어리석은 안 싸움으로
우리는 해마다 새 마음을 구하오
한길 풀밭과 헛간 사이, 헌 길 헌 굽에도 묵연한 그대들로 시비지심을 삭이리까
을미년
인의예지, 사 가지가 없는 사람을 어느 싸가지 없는 짐승으로 기억하리까?
*인의예지(仁義禮智)
맹자(孟子)는 사람의 본성에서 우러나는 네 가지 마음을 사단(四端), 곧 仁義禮智라 일렀고 이의 단초(端初)를 다음과 같은 데서 찾을 수 있다고 술하였소.
즉
다른 사람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仁의 단초이고, 의롭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이 義의 단초이며, 겸손하게
남에게 사양할 줄 아는 사양지심(辭讓之心)이 禮의 단초이고,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이 智의 단초라 하였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