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춘
시인
보름달
밤하늘
은하수에 보름달 뜨면
어머니는
언제나 시루떡을 하시고
동네
집집마다 돌리셨네
함지박
가득 어린 나의 손에 들려.
어느
날밤 떡을 돌리다
보름달이
하도 고와 보고 또 보다가
그만
넘어져 울고 있을 때
포근하게
안아주시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얼굴에서 보름달꽃이 피었었네.
별들이
총총한 한가위 밤하늘
늘
어머닌 보름달로 떠
하늘에서도
시루떡을 찌고 계시네.
하늘에서도
시루떡을 이웃에 돌리시네.
<해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보름달을 그의 어머니의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그는 어린 시절
고향에서의 삶을 보름달, 어머니, 그리고 시루떡의 앙상블로 신화화한다.
아버지와 싸전을 하던 그의 어머니는 작가에게 매달 보름날이면 시루떡을 해 이웃들에게 돌리게 함으로써 인정 많고 자애로운
어머니로 각인되었다.
작가는 유달리 달을 좋아해 바라보다가 다치기까지 한다. 그의 달의 사랑은 혈연적 존재로까지 상승되며 그것은 어머니의 얼굴에서 활짝 핀 “보름달꽃”을 보았다는 데서 확인된다.
작가는 “한가위 밤하늘”에서 여전히 시루떡을 찌고 이웃에 돌리는 보름달 어머니를 만남으로써 이국의 삶 속 외로움과 공허감을
치유 받는다.
결론적으로 작가의 고운 감성에서 출산된 모정(母情)의 시적 주제의식과 치유의 시적 모티브로 구축된 이 서정시는 시애틀 한인 이민자 모두에게 한가위를 맞아 어머니를 만나게 해주고 치유해주는
시의 힘을 시현해 보이고 있어 아름답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