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 시인
새벽 종소리
여명을 두드리는 저 소리 안에는
길이 있다.
단 한 길.
눈썹이 하얀 사람들도 앉을 의자가 있다.
<해설>
현대시의 특성은 그 주제와 형식에 있어 긴장, 역설, 낯설음을 담지하고 몰개아성을 보인다. 이 작품의 작가는 새벽 종소리는 “여명을 두드리는” 소리이며 그 소리 안에 “길”이 있다고 한다. 그것도 “단 한 길”이라 한다. 그 내용과 표현이 긴장감을 주고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낯선 발상을 보인다. 그 다음의 결귀는 더욱 긴장감을 증폭시키며 낯선 이미지로 직조되어 참신성을 확보하고 있다. 여명을 두드리는 새벽 종소리는 어두운 지상에 밝은 세계를 비추고 그 밝은 세계로 가는 길, “단 한 길”을 열어 보인다. 그리고 그 “길”은 “눈썹이 하얀 사람들도 앉을 의자가 있다” 고 하는 장소에 다다른다. “눈썹이 하얀 사람들”은 척박한 지상의 환경속에서 천형의 병을 앓는 환자들이거나 몸 마음이 다 쇠락한 노인들로 투영된다. 그리고 그들이 앉을 “의자”는 비참한 고난 속에서도 깊은 신심과 소망이 있는 한 신의 보좌 옆의 의자에 가 앉을 수 있다는 구원의 상징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새벽 종소리는 신의 소리이다. 시적 주제의식과 표현의 미학성이 견고하고 신선하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