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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지소영] 대나무를 심었습니다



지소영 시인

 
대나무를 심었습니다

 
담장 아래
잔디밭 깊이 웅덩이를 내고
까만 대나무와 파란 대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리운 고향의 무성했던 뒤뜰 대숲처럼
봄볕에 잘 살아주기를 바라며
날마다 물을 주고 있습니다
 
기적처럼 하루를 살아냈고 또 하루를 엽니다
약속하지 않았지만 최선의 날을 만들겠노라고
잠에서 덜 깬 손과 발을 문지르며
땀이 베어 널어두었던
어제의 지친 옷을 걷으며
푸른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우리 모두 무사히 살고 있군요
억울한 비리에 꺾이지 않고 당당히
가진 자들의 기름진 노래도 때로는 들어주면서
가난하고 순결한 영혼으로
진실을 더 살찌우고 있군요
대견스럽게도 거룩한 부담을 감당하고 있군요.
 
 
 
<해설>

 
이 작품 속에서 작가는 “대나무”의 시적 오브제에 역경에 불굴하는 이민자의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대나무에 “잘 살아주기를 바라며” “날마다 물”을 주듯 정성을 다하는 이민의 삶을 투사시킨다.

그의 삶은 “기적처럼” 살아내는 일이며 “땀이 베어 널어두었던/어제의 옷”을 걷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 삶의 곤핍함은 깊은 신앙심과 강인한 인내심으로 극복된다

온갖 풍상에도 견고하게 서있는 대나무처럼 “억울한 비리에 꺾이지 않고” “가난하고 순결한 영혼으로/진실을 더 살찌우고” “대견스럽게도 거룩한 부담을 감당”하는 치열한 삶이다

주목되는 “거룩한 부담”이란 표현은 이민자의 고통ㆍ외로움ㆍ아픔은 자신의 미래와 후손의 행복을 위한 숭고한 십자가임을 반영한다

결론적으로 대나무의 강한 견인정신과 동일한 이민자의 살신성인의 정신을 시적 주제의식으로 구축한 이 작품은 독자들로 하여금 하루 하루를 “최선의 날”로 만들며 더욱 열심을 다하여 정진하도록 하는 교화적 특성으로 시적 가치를 공고히 축조하고 있다.  
-김영호 시인 (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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