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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를 짜면서

 

저녁 나절에 마가렡네 놀러갔다.

 

베트남식 스프링 롤 몇개를 말고

호이시인 쏘오스에 캐슈 넡 몇개 부서뜨려 올려서.

 

혼자서

그녀의 정원에 울타리처럼 한창 피어나는 해더(Heather) 꽃가지를 엮어서

꽃바구니를 만들고 있었다.

 

 

혼자 저녁 먹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환한 얼굴을 한다.

 

 

잊어버리기 전에 

너네 네델란드 조국동포인 van Gogh를 화란말로 어떻게 발음하냐니까

 

입을 열고 잠시 머뭇거리다 참았던 울음 토하듯 거세게

Fahng ho-hk 황 호오흐크 한다.

 

덧치인들도 아주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이라고.

그렇게 슬프게 들릴 줄 알았더면 괜히 물어봤다. 

 

새로 시작한 Bed and Breakfast가 

손님이 뜸해서 여름을 여유있게 즐긴단다.

 

청소하는 사람을 안쓰고 혼자서 일을 다 한다고.

 

집안팎을 언제나 말끔하고 정돈해야하고 돈이 넉넉한 그녀가

오가는 모르는 사람들을 재우고 먹이는 일을 마다않는 것에

얼마나 사람과 일이 그리웠나 알 수 있었다.

 

 

저녁 바람이 으씰해지고 해가 넘어가려고 해서

둘이 서둘러 내 몫의 바구니를 위해 꽃을 잘랐다.

 

하얀꽃 일색의 마가렡과는 달리

나는 분홍과 하양색을 섞을 요량으로 꽃을 땄다.

 

바닥이 돌이라 어질러도 치우기 쉬운 마가렡네 부엌

식탁에서 바구니를 만든다.

 

마가렡의 해더꽃 바구니는 이 동네에서 참 유명하다.

 

몇년전

그녀의 남편 씨이드가 아플때

마가렡은 그 여름을 쉬지않고 꽃이 질때까지 바구니를 만들어 이웃에 돌렸다.

 

이웃들은 그녀가 쉬지않고 바구닐 짜면서

새로 처하게 될 현실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다스린 걸 안다.

 

씨이드가 떠났을 때

사람좋은 우리 이웃  마이라는

저녁이면 빼지않고 마가렡을 불러

남편인 델이랑 셋이서 밥을 먹었다.

 

씽글 마더로 오랫동안 혼자 되어 본 경험이 있는 마이라는

영화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처럼 누가 혼자 밥 먹는 걸

참 못견뎌하고 옆에 있어주곤 했다.

 

 

그렇게 마가렡을 위로하던 마이라가 이년 후 갑자기 떠나가고

둘이 남은 마가렡과 델은 당연하게 또 같이 밥을 먹었다.

 

 

그리고

 

델은

 살림꾼이고 훌륭한 요리사이던 마이라랑

기름 잘잘 나게 꾸미고 살던 집을 팔고

침실이 여섯개나 되는 쾡한 마가렡네 집으로 이사들어 갔다.

 

 

마이라랑 마가렡이 속했던 우리 동네의 독서클럽 회원들과 몇몇 이웃들은

겨울 빗속에서 허다한 날

둘의 관계를 화재로 올리며 심심챦게

긴 겨울을 났다.

 

 

그 둘처럼 동병상린하고 서로의 상처를 알아 감싸고 아물릴 사람이 어디 또 있었을까?

 

 

산 사람들은 살아나가야 하는데...

 

 

 

그해 겨울 크리스마스때

마가렡은 빨간 스웨터에 뺨에 홍조를 띠고

수줍게 우리 부부에게 커단 곰인형을 선물했다.

그 깍쟁이가.

델과 자신을 저녁 초대한 보답으로.

 

 

 

줄기가 잘 구부러지는 라벤다 바구니와는 달리 

해더 바구니는 꽃대가 거칠고 줄기가 툭툭 부러졌다.

 

바구닐 만들 때는 어떤 재료를 쓰든지 간에

 

'틀렸다' 든지 '안된다'는 말은 없다.

 

만들다 가지가 부러지면 다른 가지를 더 얹어 이어 쓰고 

모자라면 또 새로운 가지를 엮으면 된다.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이어 엮어 나가다 보면 바구니가 되는 것에 자유롭고 재미가 난다.

 

모양은 만드는 사람 맘대로다.

 

 

 

델이랑 살아남은 사람 둘이서 그렇게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고 여름 가을을 사는 중에

 

마가렡의 출가한 두 딸, 아들, 며느리 그리고 화란에서 매년 여름에 놀러오는 그녀의 동기간들이

적극적으로 반대를 해댔다고.

 

'에미 돈이 혹시나 딴 데로 갈까봐 그런거지'

 

마가렡이 낚시줄로 억센 해더 줄기를 꽁꽁 잡아매어 손잡이를 만들며 말햇다.

 

유난히도

자식들을 깃속에 꽁꽁 묻어 보호하는 지독한 모성애를 가진 마가렡.

 

이제

델은 멀리 떨어진 곳에 아파트를 사고 나갔다.

 

저녁이면 밥 먹었냐고 서로 전화만 하는 사이라고.

 

어느새

마가렡의 하얀 해더 바구니가 멋지게 완성되었다.

 

구월 첫주말에 온집을 빌려 결혼하는 신부에게 선물로 주겠다고.

 

내 것도 작지만 첫작품치곤 제법 꼴이 났다.

 

바구니 만들면서 둘이 두런 두런 엮은 이야기가 물처럼 편안했다.

 

 

일하면서 덤으로 얘길 나눠서 그런가

놀면서 덤으로 일해서 그런가

 

 

늦도록 안돌아오니 궁금한지 남편이 찾으러왔다.

 

둘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어둡다고

요사이 꽤 큰 오소리가 동네에 설치고 다니고

우리집 꽃밭 앞에 곰이 밤새 누고간 커단 파이가 있기에

마가렡이 집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다.

 

 

 

혼자 사는데 익숙해져 그런가

 

마가렡이 많이 씩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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