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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니 언덕 한국인위령탑 앞에서/紹軒 이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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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니 언덕 한국인위령탑 앞에서/紹軒 이석수

 

 

충년(冲年), 약관(弱冠), 

과년(瓜年), 방년(芳年)의

유해(遺骸)가 말합니다.

 

내 앞에서 눈물 글썽이는

동포여, 나하 사람아

하늘을 보시오.

 

나와 한국인, 나하 사람은

서로 완전히 끊어진 것이 아니라

볼 수 없는 핏줄로 이어져 있습니다.

하늘의 파란색처럼, 땅은 달라도.

하늘색이 있는 곳은 어디라도.

 

1945년 어쩌면 그 앞의 어느 해

아카 섬, 자마미 섬, 게라마 열도, 미야코 섬, 요미탄 비행장, 가데나 비행장, 제1·2·3방어선, 슈리성, 가마(동굴, 방공호), 또 오키나와 그 어디

 

알배기 배추가 된 몸은 이미 모두 벗어 버렸고

이름도 몸과 헤어졌습니다.

지금은 꺾여진 돌 갑옷을 입고

필리핀 해를 바라보며 누웠습니다.

 

봐도 안 본 것이고

들어도 안 들은 것입니다.

슬퍼도 더 이상 피눈물이 나지 않은 것은

나는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기쁨이 있습니다.

고향 사람을

나하 사람을

내 앞에 불러 무릎을 맞대고 앉아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겁니다.

 

나의 전부가 빼앗겨도

용서해 주는 마음.

나의 체액을 빨아

또 다른 이의 체액을 빠는 괴물이 된

망상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들대로 맡은 일이 있었고

햇빛을 받으면 세상을 밝게 비추고

향기를 전하는 파드마(padma)가 되는 존재

그를 위해 복을 기원합니다.

 

내가 야즈나(yajna)가 되어

나의 전부가 타들어 가도

나눠 주는 마음.

알배기 배추가 찢겨 흩어져

모두에게 나누어져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흩어진 나의 전부로 인해

또 다른 곳, 또 다른 때에

또 다른 꽃이 피게 되니까요.

나를 흩뜨린 그들은 플립플롭스(flip-flops), 게이트볼, 케이린, 식도위십이지장경, 글루탐산나트륨, 블루 레이저, 카메라폰, 리튬이온 배터리, 광섬유 통신으로 세상을 밝게 비추어

향기를 전하는 파드마(padma)가 되는 존재

그를 위해 복을 기원합니다.

지금도 뭔가 내주고 싶습니다.

 

태초에

바다가 외로워 돋아나온 류큐 본섬

해안 단구와 류큐 석회암(琉球石灰岩)의 대지

본섬도 수많은 섬을 바다에서 불러내 곁에 둡니다.

우미부도, 산호, 야광조개, 듀공, 칼꼬리영원, 오키나와치도리(紫蘭과 비슷), 소철(蘇鐵, Sago palm), 류큐마쓰(Pinus luchuensis), 가주마루, 오키나와제비나비, 류큐멧돼지랑 함께 살다가

남동쪽 세화 우타키를 통해 사람을 불러들였습니다.

덩달아 여기저기서 사람들도

류큐에 불려왔습니다.

바다와 섬의 가장 귀중한 선물이죠.

 

숨 쉴 때마다 찾아온 아픔을 벗어버리고

언어도, 이름도 벗어버리고

흙, 에어로졸(aerosol), 불, 바람이 되어

비가 올 때는 흙냄새(지오즈민, geosmin), 돌냄새(페트리코, petrichor)로 돌아오고

비가 안 올 때는 바닷가의 갯비린내, 해무, 연무(煙霧), 구름으로 돌아와

고향 한국, 경상도, 부산에 여행합니다.

여기에서 사는

클레마티스(Clematis), 부상화(扶桑花, Hibiscus rosa-sinensis), 신우대, 사탕수수, 자색고구마, 오키나와뜸부기, 호반새, 만타가오리, 삼치, 참치방어, 날새기, 고래상어를 그곳의 곁에 살짝 두고.

이것이 내가 온 이유입니다.

 

동포여, 나하 사람아

하늘을 보시오.

나는 맑고 파란 하늘이어요.

 

 

[오키나와 답사 Day3]슬픈 섬, 오키나와

https://youtu.be/pe79P4EDpmQ?si=N5GrTX7m7MpeGXVq

 

일본오키나와 평화공원 한국인위령탑

 https://youtu.be/NQFgTiU5VNY?si=FLX0Iyn0ncPniAL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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