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보건 이어 비축유…한미동맹 폭 커졌지만 다가오는 '시험대'
- 21-11-24
전문가 "내년 美 '동맹국 위주 공급망 재편' 참여 여부가 관건"
정부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전략 비축유 공동방출에 동참하면서 한미동맹 간 협력 분야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에는 최대 원유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도 참여하면서 한미동맹에 대한 부담은 크게 줄었지만, 내년 초쯤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국 위주 공급망 재편' 참여를 놓고 한국 정부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는 24일 "최근 급격하게 상승한 국제유가에 대한 국제 공조의 필요성과 한미동맹의 중요성, 주요 국가들의 참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미국 주도의 비축유 공동방출에 참여하게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리비아사태' 당시 전체 비축유의 약 4% 수준인 346만7000배럴을 방출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의 방출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비축유 5000만 배럴 방출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공조 요청에 따라 한국과 중국, 인도, 일본, 영국 등이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비축유 방출로 러시아 등이 포함된 전통적 산유국 카르텔 OPEC 플러스(+)의 맞대응이 거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OPEC+ 대표들은 내주 회의에서 증산 계획을 재검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비축유 협력은 중국도 참여했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아직 숙제가 남아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고 이를 시 주석은 '승낙'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도 필요에 따라 참여한 것이지만 벌써부터 이번 결정을 '미국에게 호의를 베풀었다'며 외교적으로 활용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고 치솟는 물가로 41%라는 취임 이후 최저치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내부적으로 위기에 몰려있다. 이번 비축유 방출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인 셈.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비축유 방출로 미국이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 깨달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디커플링'(탈동조화) 전략을 유지한다면 큰 악재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온 우리나라로서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무게추'가 미국 쪽으로 좀 더 기울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당시 정상 간 공동성명에 '대만해협',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기술 분야 협력', '차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등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10억달러 투자' 등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내용을 언급하면서다.
하지만 미중 사이 모호성을 유지 중이며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는 평가는 여전하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표하며 한미동맹 관계에 있어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보를 보여왔다.
또한 정부는 '철지난 분석'이라며 부인하지만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패러다임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돼 왔다.
결국 이번에 미국의 비축유 요청에 경제안보 협력에 첫 발을 뗐지만 내년 초께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바이든호의 '동맹국과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우리가 얼마나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지가 향후 한미동맹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 상무부 장관은 내년 초 새로운 '인도·태평양 경제협력체제 구상'을 위한 공식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3일 '오징어 게임으로 풀어본 2022 통상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주목해야 할 통상 이슈로 Δ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편가르기 본격화 Δ미중의 관리된 전략경쟁 장기화 Δ자국 내 조치의 일방적인 초국경적 적용 확대 등을 꼽았다.
이어 "미중 경쟁은 기술경쟁과 핵심물자 공급망 재편, 동맹국 동원과 국제적 영향력 확대 등 한층 복합적인 전략경쟁의 양상으로 장기화할 것"이라며 "미중 편가르기가 심화하면서 중국 경제제재의 빈도가 높아지고 대상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아직 한국은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미국은 조만간 소규모 핵심국가를 통한 공급망 재편을 본격화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미동맹이 하나의 시험대에 오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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