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자녀와 재물
- 21-11-22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자녀와 재물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들이 세상을 떠날 때,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줍니다.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곧 그들에게 그 재산을 관리하고 수용할만한 그릇이 되도록 준비시키는 일입니다. 즉 그들이 재물을 올바르게 관리할 만큼 인격을 높여주고 나서 그 재물을 맡겨야 하는 것입니다.
인격이 80이나 90쯤 높아졌을 때 50이나 60 정도의 재물을 맡기면 그것을 잘 감당할 수 있겠지만 인격의 정도는 50밖에 안되는 자녀에게 90이나 100의 재산을 안겨주게 되면 그들은 그 재물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은 그 재산 때문에 인생을 그르치는 불행에 빠지게 됩니다.
이것은 아주 어떤 공식처럼 뚜렷하게 우리 주변에게 많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데도 그것을 교훈으로 삼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만일 어떤 부모가 자녀들의 인격성장에는 관심이 없이 오직 재물에 대한 집착과 탐욕만을 조장시키면서, 그것이 곧 그들의 행복을 보장해 주는 줄 알고 은연 중에 ‘돈이 제일’이라는 관념을 깊이 심어주고 있다면, 그렇게 성장한 자녀들에게 나타나는 결과는 먼저 부모에 대한 불효로 나타나고, 형제간 우애의 파탄으로 나타나고, 친구관계에 있어서도 정분이라든가 의리라든가 협력관계 보다도 경제적인 이해타산이 앞서기 때문에 자연히 관계의 단절과 불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법정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유가 무엇 때문입니까. 부모 자식간의, 형제 자매간의 재산 문제 때문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것입니다. 서울 강남에 있는 모 초등학교 교장선생이 들려준 말입니다.
“요새 아이들은 자기 친구를 소개할 때, ‘얘는 70평 아파트에 살고 얘는 50평 아파트에 살고, 쟤는 20평 아파트에 살아요’라고 소개합니다.” 친구를 소개할 때, 정직한 친구라든가, 마음씨 착한 친구라든가, 공보를 잘하는 친구라는 등 얼마든지 그 친구의 개성과 특성을 소개할 수 있는데 왜 하필 아파트 평수를 내세우는 것입니까. 그 어린이들이 그러한 가치관을 학교에서 배웠을까요. 부패한 사회 속에서 오염되었을까요. 아니면 가정에서 부모들이 평소에 지니고 있던 가치관이 모르는 사이에 자녀들에게 스며든 것은 아닐까요.
이 모든 폐단은 우리 사회와 학교와 가정들이 공히 재물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면서 살아온 결과인 것입니다. 자녀들을 위한 부모의 유산에 대하여 중국의 고전에는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많은 재물을 물려준다고 해도 그들이 그것을 능히 잘 관리하지 못하며 자녀들에게 많은 서적을 남겨준다고 해도 그들이 그것들을 잘 읽고 소화시키지 못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모름지기 이웃들에게 음덕을 많이 베푸는 것이 자녀들에게 가장 좋은 유산이 되는 것이다.”
성경에도 재물에 관한 교훈이 수 백번 나오는데 그 중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지혜로운 자의 재물은 그의 면류관이요 미련한 자의 소유는 다만 미련한 것이니라(잠 14:24).”
자녀들에게 많은 재물을 남겨 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인생 보험이요 호신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부실한 인격 속에 채워지는 재물은 마치 모래 위에 지은 누각처럼 허망하게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옛날에는 학교마다 ‘바른생활’, ‘도덕’, ‘윤리’라는 학과목이 있어서 인성교육을 시키고 있었지만 그러한 과목들이 다 돈 버는 기술 습득의 물결에 휩쓸려 매몰되고 말았습니다. 일반 사회에도, 학교에도 도덕적 가치를 가르치는 곳이 없습니다.
그래도 종교(기독교 유교 불교 등)를 통한 신앙교육만이 올바른 인생관, 올바른 가치관을 깨우쳐 인간다운 인간으로 향상시키는 마지막 보루가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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