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 치닫는 필리핀 대선…"두테르테 15일 부통령 막판 출마"
- 21-11-14
두테르테 장기 족벌체제 우려…대통령 단임제 무력화
내년 5월 치러지는 필리핀 대통령 선거 및 지방선거 후보 확정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간 출마 의사를 부인해온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부통령에 출마한다고 마닐라타임스와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차기 대권 주요 변수로 꼽혀온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 두테르테 카르피오 다바오시 부시장이 전일 부통령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한 데 이어, 선거 구도가 격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14일 마닐라타임스에 따르면 마르틴 안다나르 필리핀 대통령실 공보비서관은 전일 기자들에게 "두테르테 대통령이 오는 15일 부통령 후보 출마 서류(CoC·certificate of candidacy)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대선 및 지선 후보자 등록은 지난달 8일 마감했지만, 선거법상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후보들은 이달 15일까지 해당 등록을 철회하고 다른 직으로 지원 직군을 변경할 수 있다. 또 기존 등록한 후보가 철회할 경우 그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새 후보자 등록도 가능하다.
당시 후보자 명단에 두테르테 대통령이나 사라 시장은 대선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들의 출마 가능성이 계속 제기돼온 이유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5년 선거에서도 사퇴자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막판 등판해 당선한 바 있다.
한 달 사이 그야말로 대이변이 일어났지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다.
지난달 1차 후보자 등록 마감 당시 집권 민주필리핀(PDP-Laban)당 대통령 후보로는 두테르테 정부의 경찰서장 로날도 델라로사 상원의원이 출마한 상황이었다. 부통령 후보로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심복 크리스토퍼 봉 고 상원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델라로사 상원의원이 후보자 등록을 철회한 데 이어 봉 고 상원의원이 대통령 후보로 직군을 변경했고, 공석이 된 민주필리핀당 부통령 후보자 자리를 두테르테 대통령이 채우게 된 것이다.
다만, 봉 고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하며 분파를 형성한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계와의 법적문제 발생을 우려해 별도 정당(PDDS, 상원 1석 점유)의 대선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파키아오는 이미 대선 후보로 등록한 상황이다.
봉 고 의원과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부통령 러닝메이트 구도는 단임제로 재출마가 막힌 두테르테 대통령의 집권 연장 방안으로 일찍이부터 제기돼온 시나리오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를 극구 부인해왔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는 셈이다.
이변은 전날에도 일어났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또 다른 러닝메이트 후보로 꼽히던 딸 사라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이 당적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부통령 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사라 시장은 지난달 다바오시 3선에 도전하며 후보자 등록을 했지만, 막판에 지원 직군을 대통령으로 변경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사라 시장이 지난 9일 다바오 시장직 후보자 등록을 철회하면서 이 관측은 현실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사라 시장은 전일 라카스기독무슬림민주당(Lakas-CMD)으로 당적을 옮기고 부통령 후보자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결국 두테르테 대통령과 딸 사라 시장이 다음 대선에서 부통령 상대 후보로 맞붙게 된 셈이다.
이에 필리핀 대선은 결과를 알 수 없는 격전으로 치닫게 될 전망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딸 사라 시장과 정·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출마할 가능성과, 출마하지 않은 채 사라 시장을 앞세워 족벌 체제를 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공존하던 시기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늘 사라 시장이 1위를 지켜왔지만, 새 변수가 생긴 것이다.
아울러 누가 당선하든 결국 두테르테 가문의 '장기 족벌체제'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집권 초기 대통령 연임제 개헌을 추진하며 장기 집권을 노렸지만 국민 반발에 부딪혀 좌절된 바 있다.
한편, 이 외에 주목받는 대선 후보로는 파키아오에 더불어,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 등이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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