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복했던 '9수' 칼잡이, 박근혜 잡고 일어나 文 겨눈 제1야당 후보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3월 검찰총장직 사퇴 8개월만

정계 데뷔 후 잇단 실언·논란에 洪과 '양강'…국민의힘 최종후보 낙점

 

정치권에 발도 들이지 않은 한 검찰총장의 학창시절 별명이 여의도에 소문으로 돌던 때가 있었다. 서울대 법학과 79학번으로 9수 끝에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기까지 그의 이름을 모르는 고시생이 없었다는 '고시촌의 산신령'. 5일 오후 국민의힘 20대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의 이야기다. 

윤 후보는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났지만 친가는 충남 논산, 외가는 강원도 강릉이다.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소득불평등에 평생을 바친 명망있는 학자이지만 그는 오히려 경제학은 '구름 잡는 학문'이라며 아들에게 법대 진학을 추천했다고 한다.

지난 3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뒤 윤 후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소 앞 카메라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상 잠행을 이어가던 그가 곧 정치권에 발을 들일 것이라는 사실을 예고하는 장면이었고 윤 후보의 옆에는 부친 윤 명예교수가 있었다.

윤 후보는 비교적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그를 잘 아는 인사들은 "옆집 아저씨 같은 소탈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시생 시절처럼 검사가 돼서도 연애에는 통 소질이 없었다는 그는 52세 나이에 늦깎이 장가를 들었다. 지금은 강아지 4마리와 고양이 3마리의 아빠다. 

◇모든 대통령이 적이었던 윤석열, 좌우 가리지 않는 원칙주의자

정계 데뷔 130일차 정치 신인으로서 '정치인 윤석열'의 이미지는 아직 다듬어나가는 중이지만 윤 후보 측은 역설적으로 '정치적이지 않은 매력'을 윤 후보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모든 대통령이 적'이라는 농담을 들을 정도로 윤 후보는 검사시절부터 정권을 가리지 않고 수사의 날을 들이밀었다.

윤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특별수사팀장을 맡았고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는 '국정원 댓글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이 나온 것도 이 자리였다. 윤 후보는 이후 검찰 지휘부와의 갈등으로 좌천성 인사를 겪었다.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터진 뒤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등판한 윤 후보는 문재인 정권에서 승승장구한다. 2017년 문재인 정권의 첫 서울중앙지검장으로, 2019년에는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수사하면서 촉발된 여권과의 갈등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한 검찰개혁으로 극에 달했다. 추 전 장관은 검찰총장을 징계 청구하고 수사지휘권을 박탈시키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고, 이 과정에서 인지도를 쌓은 윤 후보는 자연스레 야권 대권 주자 반열에 올랐다.

정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까지 추진하는 등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기조가 가시화하자 윤 후보는 지난 3월4일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며 사퇴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6월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모습. 2021.6.2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정계 데뷔 129일만에 대선 후보로 정권교체 도전

윤 후보는 지난 6월29일 "국민들이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 누구나 정의로움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게 하겠다"며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한 달 뒤인 7월30일에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입당해서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하는 것이 도리"라며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화려한 데뷔는 '정치 신인'에게는 작지 않은 부담이기도 했다. 전·현직 정치인이 대거 합류한 윤 후보 측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녹취록, 경선 규칙을 둘러싼 날 선 신경전을 벌였고 윤 후보의 실언과 가족 관련 의혹, '고발 사주' 논란까지 더해졌다. 그러는 사이 '윤석열 대세론'은 홍준표 후보와의 '양강'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윤석열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정제된 정치인으로 변모하려는 윤 후보의 노력과 캠프의 조직력 등을 무기로 결국 국민의힘 본경선 1위를 기록, 국민의힘 대선 후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한인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