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국립묘지 안장 않기로 한 이유는?
- 21-10-27
국립묘지법상 '국가장' 장례시 국립묘지 안장 대상
"파주 통일동산 장지로 논의" 유족측 의견 따른 듯
정부가 26일 타계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장지에서 국립묘지는 제외됐다.
이에 대해 국가장 제청 권한을 가진 행정안전부는 27일 "관련 법령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을 국립묘지에 안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정부 안팎에선 "법리상 이유는 표면적인 것일 뿐 국민 여론과 유족 측 의견을 반영한 결과"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행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묘지법) 제5조를 보면 '대통령직에 있었던 사람', 즉 전직 대통령은 국립묘지(국립서울현충원·국립대전현충원) 안장 대상자다.
그러나 국립묘지법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을 준용해 형법 제87~90조 및 92~101조·103조 등 각종 법률 위반사범으로서 금고 이상 실형을 받고 형이 확정된 사람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토록 하고 있다.
1988~93년 제13대 대통령으로 재임한 노 전 대통령은 퇴임 뒤인 1996년 대법원으로부터 과거 육군 제9보병사단장 재직 시절 국군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군사반란(1979년 12·12군사반란)을 일으킨 데 따른 '내란죄' 등을 이유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이듬해 김영삼 정부에서 특별사면·복권됐다. 형법 87조 위반이 바로 내란죄다.
이와 관련 국가보훈처는 2019년 천정배 당시 민주평화당 의원의 '노 전 대통령의 사후 국립묘지 안장이 가능하냐'는 질의에 "사면·복권된 경우에도 기왕의 전과사실이 실효(失效)되는 게 아니므로 국립묘지 안장 대상 결격사유는 해소되지 않는다"고 밝힌 이래로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정부 안팎에선 "노 전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 여부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던 상황. 이는 전과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전직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를 수 있게 한 현행 '국가장법'을 근거로 한 것이다.
국가장법에선 국가장 대상자의 묘지 선정과 안장에 관한 사항을 국가장 장례위원회가 관장토록 하고 있다.
국가장 장례위원장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위촉한 위원장과 위원장이 임명·위촉한 부위원장 및 위원들로 구성된다.
이번 노 전 대통령 국가장 장례위원장은 김부겸 국무총리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치러진다면 장례위에서 국립묘지 안장을 결정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국립묘지법에도 '국가장으로 장례된 사람'을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로 한다는 규정이 있다.
국립묘지법상 국가보훈처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국립묘지 안장 대상을 다시 심의토록 하고 있지만 "그동안 전직 대통령의 장례와 관련해선 모두 국무회의에서 결정됐고, 안장대상심의위가 가동된 적은 없었다"는 게 정부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타계 당일 유족 측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 재임시 조성한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을 장지로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정부는 이튿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되, 국립묘지엔 안장하지 않는 걸로 최종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 유족 측이 정부의 고민거리를 덜어준 셈이다.
국가장법은 국가장을 치를 때 "유족 등의 의견을 고려"토록 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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