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심갑섭] 살아온 날도, 살아갈 날도 아닌 살아있는 날의 소중함이여
- 21-02-15
심갑섭 시인(서북미문인협회 이사장)
살아온 날도, 살아갈 날도 아닌 살아있는 날의 소중함이여
기다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계절
땅이 얼고 꾸무룩한 날이면
으레 내리는 눈
따스한 거실에 음악이 흐르고
창밖엔 팝콘같은 눈발 휘날린다
밤새 안녕했기에
이 아침 이 풍경이 눈에 담긴다
모두 떠나고 잊어도
아무 일 없듯이 무심히 다가온다
환한 미소여
화사한 만남이여
싸늘한 열정이여
허무한 이별이여
소리없이 내려도 가볍지 않다
이 넓은 허공에 천지가 하얗다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를 들으며
커피를 내린다
이토록 찬란하게 순간이 아름다우면
죽는 게 두렵다
이렇게 눈부신 광경을 보고 있으면
살아 있어도 살고 싶다
문득 스치는 행복
이보다 좋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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