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체적" 대북 제안 핵심은 '보건·의료 지원'일 듯
- 21-10-16
한미 양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회담 뒤 북한이 대화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등과 관련해 미국의 '진정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힌 데 이어, 14일엔 미 국무부로부터 북한에 "구체적 제안"을 했고 그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는 북한에 했다는 "구체적 제안"의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심화된 북한의 경제난과 민생고를 감안, 미 정부가 보건·의료 등 대북 인도적 지원에서 한발 더 나아간 제안을 대화 유인책으로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올 1월 출범 이후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마친 뒤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이란 기조를 제시했다. 미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조건 없는 대화를 원한다" "북한을 적대할 의도가 없다" 등의 일관된 메시지를 내놓으며 다각도로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고, 이에 양측의 '기싸움'도 반년 넘게 계속돼온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기념연설에서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한이나 미국이 아니라며 대화 재개를 염두엔 둔 듯한 발언을 하면서 각국의 물밑 움직임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북한은 지난 8월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차단했던 남북한 당국 간 통신선을 이달 4일 복구했고, 뒤이어 그동안 코로나19 유입 가능성을 이유로 반입을 제한해왔던 국제구호기구의 대북 인도적 지원 물자 운송이 재개됐단 소식도 들려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을 고려할 때 미 정부가 내놓은 "구체적 제안"에도 대북 보건·의료지원에 관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은 그동안에도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혀왔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제재 이행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인도적 협력'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미국이 처음엔 포괄적으로 이 문제를 얘기했다면 이번엔 코로나19 백신 제공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는 등 한 발 더 나아간 제안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입장에선 미흡해 보이더라도 미국으로선 전과 표현을 달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정성'을 보여주려고 했을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국제기구와 구호단체들로부터 북한의 '인도적 위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는 점도 '북미 양측이 인도적 협력 분야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싣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14일 공개한 '2021 세계 결핵' 보고서에서 북한을 '결핵 고위험국'으로 다시 지정했다. 또 아일랜드에 본부를 둔 국제인도주의단체 컨선월드와이드와 독일의 세계기아원조는 최근 펴낸 '2021년 세계기아지수' 보고서에서 북한의 올해 기아지수가 작년보다 나빠져 주민 10명 가운데 4명이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은 대전제가 '일단 대화하러 나오라'는 것이다. 또 북한이 요청하면 식량·식수·백신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대화하러 나오면 그들이 말하는 적대시정책과 '2중 기준' 철회 문제 등을 포함해 대북제제 완화도 논의할 수 있다고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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