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한국이 넘고 돈은 넷플릭스가 번다고?
- 21-10-15
넷플릭스는 드라마 제작 이전·중간·이후 세 번에 걸쳐 제작사에 제작비를 대주고, 그 대가로 저작권을 독점한다. 이로 인해 드라마 제작사는 저작권을 넘긴 후 리메이크 등 콘텐츠 재활용을 할 수 없게 된다.
전체 제작비용으로 따질 경우 제작사는 제작비용의 110~120%를 지급받는다. 오징어게임의 경우, 제작사는 약 220억~240억 원 수준의 수익이 예상된다.
현행 방식이 제작사에 안정적인 제작 환경과 수익을 제공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콘텐츠를 잘 만들더라도 지식재산권이 완전히 넷플릭스로 넘어가기 때문에 해당 콘텐츠를 활용한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재주는 한국이 넘고 돈은 넷플릭스가 번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추가 수익을 독점하는 넷플릭스를 비판하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 시나리오를 완성한 것은 10년 전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내 투자자를 찾지 못하다 넷플릭스 투자를 받고 글로벌 메가 히트작 오징어 게임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드라마가 히트했다고 수익 배분을 다시하자는 것은 ‘배은망덕’이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콘텐츠도 좋지만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있어 가능했다.
이래서 전 세계가 플랫폼을 장악하려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한국은 IT 선진국이지만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없다.
세계의 플랫폼은 거의 미국이 독점하고 있다. 미국이 영어를 쓰는 데다 세계의 표준을 정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이외에 플랫폼을 장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국내 회원만 확보해도 웬만한 해외 포털보다 회원 수가 많다.
현재 중국의 국민 SNS인 ‘위챗’의 경우, 회원수가 9억 명 내외인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최초의 SNS인 트위터의 전세계 회원수는 2019년 현재 3억2100만 명 수준이다. 중국은 국내 고객만 잡아도 세계적 SNS보다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많은 언론사가 네이버와 다음이라는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이 뉴스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언론사는 이제 ‘콘텐츠 프로바이더’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한국의 젊은이들은 언론사는 네이버와 다음이고, '뉴스1' 등 언론사는 콘텐츠 제공업체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 언론사는 네이버와 다음의 편집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 플랫폼을 벗어날 수 없다. 이 플랫폼에서 벗어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중국이 있게 한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자본주의'라는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 미국은 중국을 자본주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 제조업 기지가 됐다.
중국을 자본주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여 가장 혜택을 입은 나라는 미국이다. 중국이 값싼 공산품을 미국에 거의 무제한으로 제공했기 때문에 미국은 수십 년간 인플레이션 없는 초장기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인건비 정도만 따 먹었다. 중국은 빵 부스러기 정도만 챙겼을 뿐이지만 막대한 인구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미국에 도전할 정도로 경제가 커져 버렸다.
중국이 구소련과 달리 미국에 정말 위협적인 것은 자본주의 플랫폼 내에 있기 때문이다. 구소련은 자본주의 플랫폼 밖에 있었다. 애초에 구소련은 미국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중국은 자본주의 플랫폼 안에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극도로 긴장해 미중 패권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토록 플랫폼은 중요한 것이다. 이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플랫폼을 장악해야 한다. 가장 유망한 것이 한국 드라마 등 ‘K-컬처’인 것 같다.
접속만 하면 K-드라마, K-팝 등 한국 문화 콘텐츠를 맘껏 즐길 수 있는 한국 문화 ‘포털’(관문)을 성공시키는 것이 한국 경제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배 아프면 성공하라”고 했다. 넷플릭스의 추가 이윤 독점이 배 아프다면 한국 문화 포털을 전세계적으로 성공시키는 것이 넷플릭스에 복수하는 지름길일 터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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