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출] 문대통령과 경선 거치며 '서먹'…文 "지명 축하"
- 21-10-10
李, 2017년 경선서 친문 진영과 갈라서…"흑역사, 지금 생각해도 얼굴 화끈"
文대통령, 코로나 초기 "李처럼 해야" 호평…李, 수락 연설서 "존경하는 문대통령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더불어민주당의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선출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이 관심을 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민주당 당원으로서 이재명 지사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며 "선의의 경쟁을 펼친 다른 후보들에게도 위로와 격려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후보는 이날 마지막 서울 지역 경선에서 승리가 확정된 후 감사 연설에서 "김구 선생의 일념, 김대중 대통령님의 신념, 노무현 대통령님의 열정, 문재인 대통령님의 마음으로 정치에 임하겠다"며 문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어 "내년 3월 9일,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그리고 두 달 후 대통령 취임식장에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굳게 손잡고 함께 서겠다"고 밝혔다.
사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변호사 출신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정치적으로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특히 '주류'인 친노(親노무현) 핵심 인사로 두 번이나 대선 후보로 선출됐던 주류 출신 문 대통령과 달리 이 후보는 민주당 소속의 수많은 기초자치단체장(경기 성남시장) 중 한 명이자, 당내 역학구도에서도 '비(非)주류'에 속한다.
뚜렷한 접점이 없던 두 사람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5년 전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촛불정국 때였다.
당시 이 후보는 제1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과 촛불집회를 함께 하며 박 전 대통령 하야와 탄핵·구속 등을 연이어 요구, 촛불민심을 잘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정치적인 포부를 키워온 이 후보는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하며 문 대통령과 '씻을 수 없는' 인연을 만들게 된다.
이 후보는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을 거칠게 몰아붙이며 문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사이다' 정치스타일을 한층 더 공고히 했지만, 당내 친문 세력과 친문 지지층과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친문 진영과의 정서적 거리감' 문제는 4년이 흐른 이번 경선까지도 잊을 만하면 이 후보를 짓누르는 아킬레스의 건 중 하나가 됐다.
이를 의식한 이 후보도 이번 대선 경선에 임하며 여러 차례 '4년 전 일'을 반성하며 친문 구애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7월에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 2017년 대선 경선 때를 회상하며 문 대통령으로부터 위로 받은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19대 대선 경선 당시 문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것을 언급하며 "막상 (경선에서 공격) 당해보니 (문 대통령에게) 너무 죄송하다. 내 업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수도권단체장 회의 이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차 한잔 주면서 위로해줬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경선 토론회에서도 자신의 '흑역사'로 2017년 경선을 꼽으며, 문 대통령에 미안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 후보는 "지금 생각해도 낯 뜨거운 상황들이 있었다. 페이스메이커로 참여했었는데 지지율이 올라가니 '이게 내 실력인가 보다' 착각해 오버 페이스를 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께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생각하면 너무 쑥스럽다. 좋은 경험이었지만 지금도 얼굴이 뜨거워진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 후보는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에 대해서도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예술지원금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혀온 준용씨에 대해 "'대통령에 혜택 안 받겠다, 피해도 안 받겠다, 원칙대로 하겠다'고 당당하게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2017.4.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문 대통령은 '4년 전 일'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에게 크게 서운한 마음을 쌓아오지는 않은 듯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이 후보의 '청년수당' 정책을 이어받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이 펴낸 책 '승부사 문재인'에는 이 후보에 대한 문 대통령의 후한 평가도 적지 않게 담겨 있다.
강 전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코로나 초기 상황이던 지난해 3월 청와대 참모들에게 "이 지사 방식이 (국민에게) 메시지가 있는 것이다. 이 지사처럼 빨리빨리 액션을 취해야지"라고 지시했다.
이 후보가 교회 예배 등에 대해 강경한 조처를 했을 때는 "이 지사가 취하는 조치를 적극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대변인실에 전달하며 "그대로 발표하라"고 했다고 한다.
강 전 대변인은 "세간에는 이 지사를 '비문'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문 대통령과 이 지사는 '케미'(Chemistry·호흡)가 맞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최근 이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지난 5일 청와대의 첫 공식입장은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칙론자'인 문 대통령이 이 후보가 연루된 의심을 받고 있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 후보의 '깨끗한 해결'을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한편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면서 문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만약 문 대통령이 이 후보를 만나게 된다면 이는 세 번째 '여당 소속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통령 후보' 간 회동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 4월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만났고 2012년 9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만남을 가진 적이 있다. 두 대통령 모두 여당 당적을 가진 채 여당 대선 후보와 회동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 간 만남은 청와대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상황 때문에 이 후보 측 요청에 따른 청와대의 수용 형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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