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종교가 타락할 때
- 21-10-10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종교가 타락할 때
세계사나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한 종교가 나라의 흥망성쇠에 크게 영향을 주었던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어보면, 고려는 불교로 흥했다가 불교로 인하여 쇠하여졌고, 유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종교들이 박애정신에 입각하여 인간의 가치를 찾아주고, 인간의 복지를 위해 역사에 동참하고, 사회정의를 지켜주던 때, 즉 종교가 휴머니즘을 뒷받침해줄 때에는 그 종교가 그 나라를 융성케하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종교가 타락하여 종교가 인간을 위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인간을 종교의 수단을 삼으면서 정권과 결탁하여 세속의 영화에 빠져 인간의 고귀한 가치를 외면한 채 종교의 권위와 형식에만 매여 있을 때 그 나라는 사양길로 떨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얼마 전에 어떤 학자가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책을 썼는데 곧 이어서 또 다른 학자가 「공자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반박의 책을 썼습니다. 어느 말이 맞습니까. 한 분은 유교가 이조를 쇠하게 만든 원인에 주안점을 두었고, 또 한 분은 유교가 이조를 흥왕케 한 원인에 주목하고 쓴 것이기 때문에 둘 다 맞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건국 이래 기독교가 그 본래의 사명 이외에도 직ㆍ간접으로 정치, 경제, 교육, 사상, 문화, 복지에 걸쳐 우리 민족과 국가에 크게 공헌한 바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기독교가 불교나 유교의 전철을 반복하지 않으리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기독교가 그 본연의 사명에 투철하지 못하고, 인간을 위한 종교로서의 책임을 외면하고, 종교적인 형식과 권위에 안주하여 물량주의와 세속의 감미로움에 젖어들 때에는 기독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몇십년 전에 나온 책들입니다. 「하나님 없는 교회」, 「생사를 건 교회개혁」, 「기독교 죄악사」, 「교회가 죽어야 예수가 산다」, 「예수는 없다」, 「한국 기독교회 이대로 좋은가」 등 인데 앞으로 또 얼마나 충격적인 책들이 나올지 모릅니다. 필자는 그 책들의 내용에 100% 찬동하지는 않지만 그 책들 속에 단 몇 %라도 우리가 꼭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반드시 있다고 봅니다.
종교의 타락과 관계있는 역사적 사실을 두어개 더 소개하겠습니다.
오래 전 제정 러시아 시대의 종교계와 사회상이 얼마나 부패되어 있었는지를, 당시의 작가 톨스토이와 도스또엡스키가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 당시 귀족들은 그들의 애완견이 하인이나 혹은 다른 사람을 물면 주인은 피해자의 고통이나 상처를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자기개의 이빨이 상하지 않았는지를 살폈다고 합니다. 당시 러시아 정교회는 그러한 귀족들과 손을 잡고 호화를 누리다가 러시아 혁명으로 귀족들과 함께 비극을 맞았습니다.
또 프랑스 혁명 직전의 프랑스의 사회상이 어떠했는지를 그 당시의 시사만화 하나가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즉, 빼빼 마른 가난하고 헐벗은 농부가 지게를 지고 가는데, 그 지게 위에는 피둥피둥 살이 찐 왕족과 귀족과 성직자가 타고 있는 장면입니다. 그때 교회는 왕족, 귀족들과 어울려 가난한 백성들을 착취하며 호사를 누리다가 프랑스 혁명으로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 혁명 구호는 자유, 평등, 박애였습니다. 그 구호는 교회가 이룩해야 할 사명이었습니다마는 교회가 그 책임을 망각하고 타락해 있는 동안 혁명대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요한계시록 2장 5절의 말씀처럼 교회가 타락하여 제 구실을 못하게 될 때 그 교회가 밝혀야 할 촛대가 옮겨진 것입니다. 종교가 타락할 때, 그 종교만이 아니라 사회전체가 무너지게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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